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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집권 3년차 문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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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는 집권 6개월여 밖에 되지 않아 의욕에 넘쳐서 그런 줄 알았다. ‘과로사회와 대통령의 휴가’. 2017년 11월 21일자 아시아경제에 내가 쓴 칼럼의 제목이다. ‘장시간 노동과 과로를 당연시 여기는 사회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정작 자신은 과로에 시달리는 대통령에게 휴식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쓴 칼럼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내가 쓴 칼럼을 읽었다고 들었다. 당시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전화를 걸어 “황 차장이 쓴 칼럼을 대통령에게도 보고했다”고 했다.


대통령이 칼럼 내용에 동의하지 않았는지, 동의는 하면서도 어쩔 수 없었는지는 알 수는 없지만 지난해 6월 문 대통령은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다가 감기 몸살로 이틀간 휴가를 내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0박 12일로 다녀온 남미를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6박 8일로 다녀왔다. 체코에 왜 갔느냐는 논란이 부각되면서 “세금을 아껴야 한다”며 일정을 최대한 단축시킬 것을 지시한 문 대통령의 선의(善意)는 묻혔다.

15개월 만에 같은 주제의 칼럼을 또 쓰는 이유는 올해 들어 문 대통령이 지난해 보다 더 촘촘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1월과 2월 카타르 국왕, 오스트리아 총리, 인도 총리 등과 3차례 정상회담을 했고 이번 주에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왕세제와 만난다. 대기업·중견기업인들과의 타운홀미팅을 시작으로 중소·벤처기업인, 자영업·소상공인들과의 간담회를 소화했고 지난해부터 시작한 지역 경제 투어를 올해 들어 3차례 다녀왔다. 오스트리와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던 지난 14일에는 오전 10시 30분부터 자영업자, 소상공인들과의 간담회와 오찬을 한 뒤 오후 2시부터 정상회담을 하기도 했다.


집권 3년 차를 맞는 대통령의 빈틈없는 일정이 조바심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하는 점에서 걱정이 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말부터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점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역대 최악으로 나타난 소득분배지표와 고용 상황,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는 개혁 법안 등을 생각하면 대통령의 마음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대통령이 혼자 열심히 뛴다고 될 일이 아니다. 새벽부터 출근해 밤 늦게 까지 일하는 것도 모자라 ‘월화수목금금금’ 근무한다고 했던 이명박 정부가 역대 정부에 비해 눈에 띄는 성과를 낸 게 없다.

노영민 비서실장은 보고서에 파묻혀 사는 대통령에게 시간을 주기 위해 참모들의 보고를 줄이라고 지시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 같은 지시를 공개하면서 “(노 실장이)국정 운영과 정국 구상을 위한 대통령의 시간 확보가 절실하다는 점을 검토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적절한 조치라고 생각하지만 충분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공식 일정을 더 줄여 대통령에게 쉴 수 있는 여유를 줘야 한다. ‘과로사회와 대통령의 휴가’ 칼럼은 이렇게 끝을 맺었다. “쉬어야 하는 이유는 문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에 잘 나와 있다. '1년쯤 되자 다들 지쳐서 나가 떨어졌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자신을 몰아칠 일이 아니었다. 좀 더 긴 호흡으로 멀리 보면서 체력 관리를 해나가는 게 바람직했다.'”/정치부 차장




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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