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통상임금 소송서 '신의칙' 엄격 해석 굳어지나

최종수정 2019.02.24 21:47 기사입력 2019.02.24 21:47

댓글쓰기

최근 기아차·시영운수 잇따라 노조 승…재계는 '유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 이유 받아들여지지 않아

통상임금 소송서 '신의칙' 엄격 해석 굳어지나

[아시아경제 이설 기자] 통상임금 소송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유사한 선고가 잇따르고 있다. 통상임금 범위가 늘어나 법정수당을 추가로 지급하게 될 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발생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법령에서 정한 대로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고법 민사1부(윤승은 부장판사)는 22일 기아차 노조 소속 2만7000여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1심과 비슷하게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며 이 같은 판단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1심이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중식비와 가족수당 등은 '일률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고 총 3127억원의 원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보다는 1억원가량 액수가 줄었지만, 판결 취지는 그대로 인용했다. 아울러 김모 씨 등 13명이 같은 취지로 2014년 10월 낸 2차 소송에서는 청구한 2억8000여만원 중 1억1098만원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됐다. 1심에서는 4억4988만원을 청구해 1억2467만원이 인정된 바 있다.


이 쟁점은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의 임금·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정기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하면서 이어져왔다. 당시 대법원은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통상임금 기준으로 제시했다. 다만 통상임금의 범위를 넓혀 회사의 경영 사정이 나빠져 존립이 위태로워지면 근로자들이 임금을 소급해 청구하는 것이 신의칙에 벗어나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명시했다.


이번 소송에서도 기아차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할 경우 최대 1조672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되기 때문에 회사 경영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사가 합의한 임금 수준을 훨씬 넘어 지급하는 경우 회사에 예측하지 못한 재정적 부담이 발생한다면 양쪽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는 것을 사측은 강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신의칙 적용을 엄격하게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 14일 시영운수 소속 버스기사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 소송에서도 대법원은 기업의 신의칙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대법원은 시영운수가 버스준공영제의 적용을 받고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업을 영위할 수 있고, 시영운수의 2013년 기준 이익잉여금이 3억원을 초과했으며 2009년 이후 5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근로자들의 추가 법정수당 중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된 부분을 공제하면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피고에게 청구할 수 있는 추가 법정수당은 약 4억 원 상당"이라며 "이는 시영운수 연간 매출액의 2~4%, 2013년 총 인건비의 5~10% 정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대법원이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의 범위를 '회사의 존립이 위태로워지는 예외적 상황'으로 다소 명확히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신의칙'의 적용범위에 불분명한 점이 있어 노사간 해석차는 이어질 것이라는 반론도 여전하다.


기아차 소송에서도 신의칙 주장은 1심과 마찬가지로 2심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 회사의 당기순이익, 매출액, 동원 가능한 자금의 규모, 보유하는 현금과 금융상품의 정도 등에 비춰봤을 때 이 사건 청구로 인해 피고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재계는 재판부가 신의칙을 좁게 해석하면서 강한 유감을 표하고 있다. 대내외적 환경, 협력업체와의 상생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회계장부상 영업이익으로만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인건비 부담이 커져 향후 다방면의 투자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현대모비스, 대한항공, 삼성중공업 등도 관련 소송을 앞두고 있다. 아시아나, 현대중공업, 금호타이어는 1심에서 신의칙이 부정돼 패소했지만 2심에서는 받아들여져 승소했다.




이설 기자 sseo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