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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밀레니얼 세대]①95년생 이지은 씨를 아시나요

최종수정 2019.02.24 14:06 기사입력 2019.02.23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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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졸업이 아닌 휴학을 선택한 이 씨 자취 방 책상. 취업 준비를 위해 산 각종 수험서, 건강을 챙기기 위한 영양제가 눈에 들어온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올해 졸업이 아닌 휴학을 선택한 이 씨 자취 방 책상. 취업 준비를 위해 산 각종 수험서, 건강을 챙기기 위한 영양제가 눈에 들어온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약속한 것 같이 한꺼번에 우르르 사회로 쏟아져나오지만, 졸업 직전에 취직이 된 친구들은 거의 없어요”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에 출생한 이지은(24·여) 씨의 푸념이다. 밀레니얼 세대란 198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세대를 가리킨다.


이 가운데 베이비붐 세대(1946~1965년생)의 자녀 세대로 ‘에코붐 세대’(1991~1996년생)에 해당하는 이 씨는 졸업이 아닌 휴학을 선택했다.


휴학의 이유는 취업 준비 때문이다. 이 씨 세대는 일자리는 한정돼 있는데 구직자가 늘고, 일자리를 못 구하는 실업자도 증가할 것이란 분석에 오르 내리는 세대다. 취업을 해도 결혼, 출산 등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에코붐 세대의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1월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2018년 체감 청년실업률이 22.8%를 기록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역시 지난해 기준 실업률(3.8%)은 2001년(4.0%)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였다.


소위 ‘휴학 대란’이 있었던 1990년대 후반은 외환 위기로 인한 등록금 부담이 휴학의 주된 원인이었다.


하지만 최근 대학가 휴학의 가장 큰 이유는 취업이다. 대학생들은 이 기간에 각종 자격증, 영어 시험, 공모전, 인턴 활동 등 ‘취업용 스펙’을 쌓는다.


이 씨 역시 휴학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미리 취업자리를 구해서 졸업 동시에 입사하는 친구가 있으면 동기들 사이에서 소문이 날 만큼 졸업과 동시에 취업은 학생들에게는 희귀한 일이다”라고 토로했다.


‘취업용 스펙’ 과정에 대해 이 씨는 “대다수의 동기는 너 나 할 것 없이 토익을 공부하고 토스를 준비하고 인턴을 구한다”면서 “일종의 취업을 하기 위한 절차를 밟듯, 다들 최저 시급을 받으며 이력서·자기소개서 내용을 채우기 위해 고군분투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번 인턴 월급은 각종 어학시험 비용으로 빠져나간다”면서 “이런 과정도 있고 또 다른 과정으로는 공무원 준비를 하기 위해 서울 노량진으로 향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이들도 시험이 안되면 취업적령기를 허송세월로 스쳐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잠을 설치긴 마찬가지다”라며 웃으며 한탄하듯 읊조렸다.


취업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는 대학 졸업자.사진=연합뉴스

취업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는 대학 졸업자.사진=연합뉴스



졸업도 취업도 아닌 이 씨처럼 어정쩡한 상황에 내던져진 학생들의 취업 상황은 어떠할까.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국내 4년제 대학 졸업예정인 대학생 1,112명을 대상으로 ‘현재 취업 현황과 졸업식 참석 여부’ 조사 결과 정규직 응답자는 11.0%에 그쳤다. ‘인턴 등 비정규직으로 취업했다’는 응답자는 10.0%, ‘아직 취업하지 못했다’는 79.0%에 달했다.


졸업식에 가지 않는 이유(이하 복수응답) 중에는 ‘갈 필요를 못 느낀다’는 답변이 70.3%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어 ‘취업준비를 하느라 바빠서(25.7%)’, ‘아르바이트 등 일 하느라 시간을 못 내서(21.5%)’, ‘취업이 되지 않아서(16.5%)’라는 답이 뒤를 이었다. 특히 졸업식 날짜를 모른다는 응답자도 17.7%에 달했다.


이 씨는 수도권에서 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지방에서 나고 자랐다. 그는 “서울로 겨우 올라왔지만, 대학 졸업할 때쯤 지역인재전형이 생겼다”면서 1990년대에 출생한 세대를 이른바 ‘낀 세대’, ‘어정쩡한 세대’로 표현했다.


그러면서 “서울로 대학을 가야만 성공한다는 어른들 말 때문인데 지금은 서울 사람도 지방사람도아닌 붕뜬 존재가 됐다”고 말했다.


지역인재전형은 대학교가 소재하고 있는 해당 지역 고교출신자만 지원이 가능한 제도로 지방대학육성법에 따라 2014년부터 신설된 전형이다. 수도권 외 지역우수인재의 지역이탈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이 씨는 이런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이 씨는 “서울에서 태어난 게 스펙이라더니 실감한다”면서 “학교 앞에서 자취하면서 5년간 이사를 6번 했다. 기숙사 4번 자취방 2번을 옮겼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혼자 사는 여성’이라 치안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서울 집값은 보증금 1000만 원에 40만 원 줘야 여자 혼자 살 때 치안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면서 “취업을 해도 고정적으로 월세가 빠져나갈 텐데 돈은 언제 모으고 언제 집을 살지 까마득하다”고 토로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졸업, 취업, 이후에도 ‘밀레니얼 세대’의 걱정은 끝나지 않는다. 결혼과 출산이 기다리고 있다.


이 씨는 “모든 게 안정이 돼야 결혼은 생각이나 해볼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친구들 대다수가 결혼을 떠올리기 위한 몇 가지 조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생에서 결혼해볼까’라는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취업, 취업 후 자리 잡기, 전세 마련 등 해결해야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며 “넘어야 할 산이 정말 많다”고 말했다.


이어 “결혼과 동시에 있을지 모르는 가사노동의 문제, 시댁을 위한 헌신 등을 생각하면 결혼이란 생각은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 씨의 이런 생각은 이른바 여성 비혼족이 늘어나는 현상과 맞닿아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복지전문지 ‘보건복지포럼`에 실린 ’미혼 인구의 결혼 관련 태도‘ 연구보고서가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 자료를 활용, 미혼남녀의 결혼 태도를 살펴본 결과 여성은 결혼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는 20∼44세 미혼남녀(남성 1140명, 여성 1324명)을 바탕으로 조사됐다. 결혼에 대한 긍정적 태도 응답률은 남성은 50.5%로 절반을 넘었지만, 여성은 28.8% 수준에 그쳤다.


여성의 경력단절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여성들은 임신한 순간부터 복직 이후를 걱정하고, 출산과 육아가 경력단절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결혼생활 자체도 여성에게 유리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일종의 ‘명절 노동’ 에서 여전히 여성인 며느리가 명절에 주로 각종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혼자 사는 여성’ 이 씨가 살고 있는 자취촌 거리 모습.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혼자 사는 여성’ 이 씨가 살고 있는 자취촌 거리 모습.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이 씨는 “1990년대 세대가 양성평등을 본격적으로 정규교육 과정에서 배운 세대다”라면서 “어릴 때부터 부모가 사교육 등 정말 모든 자원을 투입해 자신을 키웠다”면서 “한국에서는 여자가 출산하는 순간부터 일에 집중하기가 힘들어진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남녀차별 없이 부모의 지원 아래 공부하고 살았는데 출산으로 인해 경쟁에서 뒤처지는걸 참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건 나만의 생각이 아니다. 내 또래 친구들의 생각도 이와 같다. 전 세대와 달리 여성만이 요구되는 희생, 헌신은 참을 수 없어 출산에 부정적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회 불합리한 제도는 많이 개선이 되었지만 90년대 생들은 정규교육과정서 양성평등을 배웠는데, 졸업하고 사회에 나오려 하니 학교에서 배운 것과 너무 달라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앞으로 당분간은 이 씨 세대인 ‘밀레니얼 세대’가 우리 사회를 이끌어간다는 분석이 많다. 출생과 동시에 수많은 정보를 흡수하고 또 사용할 줄 아는 디지털 환경에서 자란 이들이 앞으로의 한국 산업을 이끌어갈 주인공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한국 경제 상황, 사회, 문화 구조가 이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찍히고 있다. 이들 세대에 대해 ‘다크 밀레니얼 세대’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관련기사: [다크 밀레니얼 세대]②“부모보다 돈 못 버는 최초의 세대”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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