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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칼럼] 혁신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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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시에서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 '웨이모 원'이 세계 최초로 상용 주행을 시작했다. 애플리케이션에 목적지만 입력하면 자율주행차가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는 시스템이다. 피닉스시 160㎞ 반경에 국한되고 운전석에 사람이 앉아 있어야 하는 법적 제한이 있지만 모빌리티 산업의 거대한 전환이 시작된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택시 업계의 카풀 반대 시위가 격화되다 못해 아까운 목숨을 두 명이나 잃었고, 카카오가 현행법상 합법인 카풀 서비스를 잠정 중단한 후에야 정부ㆍ여당이 마련한 '사회적 대타협 기구'에 당사자들이 마주 앉을 수 있게 됐다. 우리가 살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모든 산업 영역이 디지털 경제로 전환(Digital Transformation)되면서 기존 질서가 해체되고 재구성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 많은 영역에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과 같은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산업의 중대한 변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자율주행 서비스가 시작된 모빌리티 산업이 대표적 분야 중 한 곳이며 우리 사회도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가까운 시간 안에 거대한 변화를 겪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지에 따라 그 결과는 사뭇 다를 것이다. 혁신하느냐 혁신당하느냐의 차이다.
사실 우리 사회는 2013년 우버 서비스가 퇴출된 이래로 승차 공유와 자율주행 등 새로운 모빌리티 산업의 활성화와 택시 등 기존 산업의 변화와 재편에 대한 논의를 전혀 진전시키지 못했다. 택시와 경쟁 관계에 있다고 지목된 서비스는 하나같이 시작부터 불법 논란에 시달리고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퇴출되곤 했다. 택시는 별다른 경쟁자 없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가며 사업을 했음에도 과잉 공급 상태에서 운송 수단 점유율은 오히려 하락하는 상황이 전개됐다. 카카오택시가 운행 수입을 30%나 향상시켰으나 여전히 법인 택시 노동자는 사납금에 시달리고 있다. 택시에 대한 시민들의 불편 호소도 여전하다. 택시 업계의 생존권 주장에 신기술, 신산업이 가로막혀왔지만 택시 산업의 구조 개선과 혁신도 못 한 채 시간만 보낸 것이다.

우리가 시간을 허비하는 동안 승차 공유와 모빌리티 분야는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혁신 산업 분야로 자리 잡았다. 원조 격인 우버는 65개국 600여개 도시에서 널리 쓰이고, 중국의 디디추싱, 미국의 리프트, 동남아시아의 그랩, 인도의 올라, 아프리카의 택시파이와 같이 지역의 선도 업체들이 등장해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이들은 한 번 써보면 끊을 수가 없다고 할 정도로 이용자 중심의 편의성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고객 접점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핀테크(금융+기술), 자율주행 등을 접목해가고 있다. 이 분야의 연평균 성장률은 23%로 추산된다. 다른 나라들도 승차 공유 서비스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겪었으나 각국의 현실에 맞는 제도 정비를 통해 신산업의 시장 변화를 수용하고 갈등을 최소화하고 보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 국민 중에서도 여행이나 업무 목적으로 해외에서 우버와 그랩 같은 서비스를 경험해본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하나같이 서비스의 편리함과 국내 이용 환경의 불편함을 이야기한다. 앞으로 자율주행이 보편화되고 모빌리티 서비스가 더욱 고도화되는 시기가 왔을 때, 더 이상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겠다는 국민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준비 없이 개방된 시장에서는 국내 혁신 기업도 택시 업계도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다. 혁신의 주체가 아니라 대상이 돼버린다.
혁신하지 않으면 혁신당하게 된다. 혁신을 위해서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스타트업과 같은 신산업에는 시장 진입을 통한 혁신의 기회를, 택시와 같은 전통 산업에는 시장 경쟁을 통한 혁신의 기회를 줘야 한다. 소득과 일자리로 어려움을 겪는 산업 종사자들에게는 새로운 기회와 안전망이 주어져야 한다. 제도는 국민 전체의 이익을 기준으로 재설계돼야 한다. 언젠가 없어질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고 혁신의 성과를 사회적으로 공유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미 늦은 출발이지만 '사회적 대타협'이 혁신의 방향으로 이뤄지길 바란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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