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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사법국치(司法國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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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세상 사람이 모두 부정의(不正義)에 빠져도 우리 법관만큼은 정의를 최후까지 사수해야 할 것이다."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佳人) 김병로 선생이 후배들에게 남긴 말이다. 1964년 1월 가인 선생이 세상을 떠난 지도 반백 년이 흘렀다.

지금까지 수많은 법조인이 나왔지만 여전히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그를 꼽는 이유는 무엇일까. 추상같은 법관의 자세와 마음가짐을 본인 스스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법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는 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의 뿌리, 사회체제의 균열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2019년 1월18일은 사법국치(司法國恥)의 날이다. 전직 사법부 수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사법부 71년 역사상 처음으로 대법원장 출신이 후배 법관에게 구속심사를 받는 상황이 현실이 됐다. 주인공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참여하기로 했다. 어떤 결론이 나오건 참담한 상황이다.

'사법농단'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사법농단'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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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신뢰가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진다." 양 전 대법원장이 지난해 6월 기자회견에서 발언한 내용이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경청할 만한 주장이지만 당시 법조계 반응은 냉랭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공(公)과 사(私)를 혼동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그의 말과 행동은 대법원의 부담으로 다가왔다.
지난 11일 검찰 소환을 앞두고 그가 보여준 모습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을 지냈건, 장관을 지냈건, 당 대표를 지냈건 소환되면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서 메시지를 전한다. 검찰에 소환될 때는 사인(私人)으로서 법적 절차에 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양 전 대법원장의 '포토라인'은 대법원 앞에 마련됐다. 내가 사법부 수장이었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던 것일까. 대법원 대 검찰의 대립구도를 유도한 포석인지는 모르지만 그의 행동은 사법부를 한없이 작아지게 했다. 그의 혐의는 무엇인가. 사법부 수장이 '재판거래'를 보고받거나 승인하거나 지시한 혐의 아닌가.

후배 법관들을 어디까지 부끄럽게 할 생각인가. 훗날 후배 법조인들이 2019년 1월을 어떻게 기억할까. 사법역사에서 지우고 싶은 시간으로 여기지 않겠는가.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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