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은 시를 읽고 나면 일단 그 의미부터 궁금해한다. 예컨대 이 시에서 '풀'은 무엇을 뜻하는가? 이런 질문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시는 언어로 이루어진 예술이고, 언어는 무엇인가를 가리키거나 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는 당장 그 속내를 펼쳐 보이기 전에 자신 속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이 시를 두고 말하자면, '풀'은 처음엔 "한 점에 머물러 있을 뿐"이었지만, 문득 "동공을" 그리고 "발바닥을 뚫고 올라"온다. 그렇게 '풀'은 "모르는 채" 불어나고 우거지고 "불처럼 번"지면서 "점점 풀숲이 되어" 간다. 그리고 마침내는 내가 그 "풀숲에 가려"져 버린다. 이처럼 당신을 사로잡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어쩌면 하찮은 생각일 수도 있고, 못내 그리운 누군가일 수도 있고, 기억 혹은 정념이라고 규격화해서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건 우리는 이 시를 통해 어떤 사로잡힘을 경험하게 되는데, 실은 그 경험이 시 읽기의 정체이자 보람이지 않을까.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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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연봉 1위는 민희진…노예 계약 없다" 정면...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