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으면 죽는다"…유통공룡들, 新성장 모색 '몸부림'(종합)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황금돼지가 복을 가져다 준다는 기해년이 다가왔지만, 유통 공룡 3사의 신년사에는 새해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위기감이 가득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성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사업을 변화시키고 실패를 용인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중간은 도태될 것'이라며 신세계만의 초저가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롯데 "지속 가능한 성장 하려면 전략 재검토해야"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일 신년사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비즈니스 전환을 강조했다. 그는 "무한경쟁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현재 우리의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전략 수립과 실행계획의 구체화 과정에서 우리의 고객과 우리가 제공하는 가치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래 성장분야, 선진시장 확대에 집중할 것도 주문했다. 신 회장은 "우리의 고객과 가치를 제로베이스에서 철저히 재점검해 미래성장이 가능한 분야에 집중해 달라"며 "글로벌 사업에 있어서도 기존 이머징 마켓에서의 전략을 재검토하는 것은 물론, 선진국 시장에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그룹 내에 '빠른 실패'를 독려하기로 했다. 그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새로운 영역에 대한 도전이 필요하며, 성공보다 빠른 실패를 독려하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며 "비록 실패하더라도 남들이 하지 않은 일을 먼저 직접 경험해보는 것 자체가 큰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현대百그룹 "적기에 변화 못 하면 쇠퇴" =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도 이날 신년사를 통해 "사업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사업을 적기에 변화시기지 못하면 결국 쇠퇴하게 된다"며 "미래성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사업을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이를 위해 ▲미래 비전을 위한 성장동력 확보 ▲사업방식의 혁신을 통한 미래 대응 ▲실행력을 제고하는 조직문화 구축 등 3대 경영방침을 제시하며 "환경 변화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어떤 난관에도 도전하고, 또 도전하면 반드시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자세로 힘을 모아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가자"고 독려했다.

사업방식의 혁신에 대해서도 "각 계열사별로 고객과 시장 관점에서 사업의 본질을 재해석해 '고객과 시장이 원하는 가치'를 창출하고, 기존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세스에서 비효율을 제거해 혁신을 이끌어 내야 한다"며 "온·오프라인 사업을 통합적 관점으로 보고, 상호 보완할 수 있는 사업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실패를 용인하는 조직문화 구축도 역설했다. 정 회장은 "새로운 시도의 실패보다 시도하지 않아 사업기회를 실기하는 것이 성장을 더욱 저해한다"며 "조직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임원 및 간부사원들이 새로운 도전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조력자 역할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8일 경기 하남시 스타필드 하남에서 열린 김동연 경제부총리와의 ‘혁신성장을 위한 기업 현장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하남=강진형 기자aymsdream@

◆신세계 "중간은 없다…신세계식 초저가 모델 만들라"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이날 "고객에게 환영 받지 못하고,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중간'은 결국 치열한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라며 신년사를 통해 '변화'를 강조했다.

변화의 방향성으로 제시한 경영화두는 '중간은 없다'다. 정 부회장은 "아마존은 '고객의 절약을 위해서 투자한다'는 슬로건 아래, 고객에게 낮은 가격으로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투자와 혁신을 추진하고 있는 것처럼 신세계도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야 한다"며 "고객은 아주 빠른 속도로 스마트하게 변하고 있으며, 이들 스마트 컨슈머는 '가치 소비'를 바탕으로 가장 저렴한 시점을 놓치지 않고 구매하는 것이 생활화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스마트한 고객 때문에 결국 중간은 없어지고 시장은 '초저가'와 '프리미엄'의 두 형태만 남게 된다는 것이다. 정 부회장은 "앞으로 국내 고객 역시 더욱 더 스마트해져 갈 것이고, 결국 선진국처럼 될 것"이라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신세계만의 스마트한 초저가 모델'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지속 운영 가능한 상시적인 구조 ▲다르게 볼 수 있는 시각과 창의적 마인드 ▲경험에서 고객의 트렌드를 찾아 사업모델화하는 능력 등 세 가지 역량을 확보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