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피해자 되려 징계... 회사에 배상 책임
[아시아경제 장용진 기자] 사소한 이유를 문제 삼아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를 징계했다면 회사가 '피해자 보호의무'를 위반한 것인 만큼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아울러 성희롱 피해자를 도와주려던 직원이 엉뚱한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면 그 역시 불법행위로 손해배상 대상에 포함된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은 성희롱 피해자인 A씨가 르노삼성자동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이 원고 패소 판결한 부분에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
대법원은 “회사가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불리한 조치를 내렸을 경우, 정당한 사유가 있고 성희롱 사건과 관련이 없다는 것을 사업주가 증명해야 한다”면서 이 같이 판결했다.
상급자인 최모씨로부터 지속적인 성희롱을 당해온 A씨는 부서장과 회사 인사팀에 성희롱 사실을 알렸지만 별다른 구제를 받지 못했다. 오히려 조사를 맡은 인사팀 관계자로부터 명예훼손성 발언까지 듣게 된 A씨는 자신의 피해를 외부에 알리는 방법을 택했다.
그러자 회사는 A씨가 동료 등으로부터 진술서를 받아내는 과정에서 다른 직원들을 위협했다며 견책처분의 징계를 내리고 곧이어 업무배치 통보를 했다.
또, 한 달 뒤에는 서류 제출 등 A씨를 도와 준 직원 B씨가 ‘회사 서류를 훔쳤다’며 정직처분을 내렸고 A씨에 대해서도 ‘B씨의 절도를 방조했다’는 이유로 대기발령 조치를 내렸다.
이에 A씨는 가해자인 최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면서 회사 측의 행위가 2차 가해이자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에 해당된다며 회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도 함께 냈다.
1심 법원은 성희롱 가해자인 최씨의 책임을 인정해 위자료 10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회사 측 책임은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A씨에 대한 징계 등은 전혀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2심 법원은 사건조사에 참여한 인사팀 직원의 명예훼손 발언과 A씨에 대한 징계(업무배치)가 위법하다며 성희롱 가해자 뿐만 아니라 회사도 1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2심 역시 B씨에 대한 징계나 그로 인한 A씨에 대한 징계는 문제가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와 B씨에 대한 회사의 징계조치가 유사한 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엄격하고 까다로운 기준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행위라고 볼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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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성희롱 피해자를 도와주는 동료를 징계한 것은 사실상 피해근로자를 직장에서 고립시켜 구제절차 이용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인 만큼 피해근로자 보호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대법원 판결에 따라 조만간 열릴 파기환송심에서는 르노삼성자동차의 손해배상액이 증액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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