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기부포비아]②내가 낸 기부금, 어디에·어떻게 쓰이는지 모른다?
10명 중 6명 기부금 사용처 몰라…공시의무 공익법인 25%에 불과
[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최근 잇따른 기부금 횡령 사건으로 기부에 회의적인 태도를 가지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기부금을 낸 사람들도 절반 이상이 기부금이 실제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 지 모르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올해 발표한 ‘나눔 실태 및 인식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성인남녀 2038명 가운데 최근 1년 동안 기부 경험이 있는 사람은 52.7%였다. 이 중 ‘기부금 사용처를 알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모른다’고 답한 사람은 61.7%에 달했다. 국내 자선단체가 정보 공개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지를 묻는 질문에는 17.1%만에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선단체의 기부금 모금액과 활용 실적 정보는 매우 제한적이다. 기획재정부가 자선단체 홈페이지에 기부금 모금액과 활용 실적을 공개하라고 하고 있지만 사회복지법인, 종교법인, 장학재단 등은 법인세법시행령에 따라 공시의무 부과대상이 아니다. 실제로 공시의무를 가진 지정기부금단체는 3500여 곳에 불과하고 3만여 곳은 공시의무가 없다.
종교단체를 제외한 공익법인이어도 자산총액이 5억원 미만이거나 수입금액과 해당사업연도에 출연 받은 재산의 합계액이 3억원 미만이면 결산서류를 공시할 의무가 없다. 공익법인 3만4000여 곳 중 공시의무가 있는 곳은 8500여 곳으로 전체의 25%가 채 되지 않는다. 때문에 기부자들은 규모가 큰 단체들이 아니고서는 사용처를 알 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공시의무가 없는 단체들의 기부에 대한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대학발전기금으로 모금하는 기부금에 대한 사용명세를 수 십 년 동안 한 차례도 공개된 적 없는 대학들이 수두룩하다. 올해 3월에는 전주의 모 대학에서 씨름단 선수들에게 학교발전기금 명목의 기부금을 받고 사용 내역에 대한 설명이 없어 고소하는 일도 벌어졌다.
또 기부금이 기부자의 뜻과 달리 엉뚱한 곳에 쓰이는 경우도 많다. 이른바 ‘어금니 아빠’로 유명한 이영학은 희귀병에 걸린 자신의 딸을 내세워 13억원의 돈을 기부받고 외제차를 구매하는 데 사용했다. 2010년에는 한 기부자가 대학을 상대로 ‘내 뜻과는 다른 곳에 기부금이 사용됐다’며 기부무효 소송을 제기한 사건도 있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연차 내고 프로필에 '파업', "삼성 망한 듯"… 내...
그렇다면 공시의무를 가진 단체들은 기부금을 어디에, 어떻게 쓸까? 일례로 구세군자선냄비본부는 지난 2015년 11월부터 2016년 10월 말까지 받은 기부금은 약 106억2549억원이었다. 이 중 8억7000만원은 아동·청소년, 5억4800만원은 노인·장애인, 1억9500만원은 여성·한부모·다문화 가정에 쓰였다. 이 밖에도 사회적 소수자, 지역사회 역량 강화, 해외 지원 사업 등으로 기부금 전액을 사용했다. 대한적십자와 월드비전, 유니세프 등 다른 대형단체들도 항목별 금액에는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의 기부금이 어려운 이웃에게 돌아갔다.
한 자선단체 관계자는 “최근 기부금 관련 범죄 사건으로 기부금 사용처에 대해 문의하는 사람이 늘었다”며 “범죄 사건들은 없어야겠지만 이를 계기로 기부자들이 자신의 기부금에 관심을 갖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고 본다”고 했다. 또 “기부포비아가 심해질수록 규모가 큰 단체로 기부가 쏠리는 경향이 있는데 작은 단체들도 사용내역을 공개하는 등 기부자에게 투명성을 보장해준다면 기부 쏠림 현상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