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아이스하키 열기, 평창으로 옮겨왔으면…
NHL 이은 세계2위 프로리그
KHL 하위권팀도 관중석 꽉꽉
"출전땐 평창가겠다는 사람도 많다"
[블라디보스토크=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아이스하키는 러시아가 베르호비이(최고)라니까!"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시에서 29A번 시내버스를 운전하는 안드레이 코네프카(37)씨는 아이스하키 이야기를 꺼내자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러시아 국민들 사이에 화제는 러시아 대륙간아이스하키리그(KHL)다. KHL은 지난 14일 리그 소속 선수들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유보하고 아직 확답을 내놓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년 1월4일(한국시간)에는 러시아 아스타나에서 KHL 올스타전도 열린다.
코프네카씨는 "우리 올스타전을 보면 KHL의 수준이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러시아 대표 선수들도 나가지 못하는데 우리 KHL 선수들은 올림픽에 나가야 된다. 이것은 러시아 아이스하키의 자존심 문제다. 선수들의 출전이 확정되면 주변에 평창에 응원하러 가겠다는 사람들도 많다"고 했다.
KHL의 참가 여부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뜨겁게 만들 수 있는 흥행 요소다. KHL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 이은 세계 2위 리그. 핀란드 등 북유럽 대표 스타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다. 스타들이 가는 곳에는 팬들이 늘 따른다. KHL 스타들이 평창에 뜨면 많은 관중을 유치할 수 있다. 그러면 평창 동계올림픽에 불참하기로 한 NHL의 빈자리도 메워질 것이다.
KHL의 인기는 러시아 극동도시 블라디보스토크에만 가 봐도 확인할 수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에는 연고팀 애드미럴 블라디보스토크가 있다. 애드미럴은 올 시즌 KHL 동부지구 열네 팀 중 12위로 하위권이지만 인기는 상위권 팀들 못지않다. 지난 18일에는 아무르 하바롭스크와의 '극동 더비' 경기가 블라디보스토크 페티소프 아레나에서 열렸다.
경기는 오후 7시. 블라디보스토크 시민들은 저녁 식사를 하고 오후 5시부터 경기장에 모인다. 시내에서 택시로 55분 거리에 있는 경기장까지 버스와 승용차들이 긴 행렬을 이뤄 1시간30분이나 걸린다. 일부 팬들은 승합차를 대여해 함께 이동했다. 경기장 방향 버스에도 승객들로 붐빈다. 바다 얼음을 깨서 생선을 잡아 파는 어부 할아버지는 장비를 그대로 들고 버스에 올랐고 네다섯 살 즈음 되어 보이는 아이들은 신이 나서 재잘대며 경기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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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티소프 아레나 입구에서 티켓을 받던 직원은 "홈경기가 열리면 5500석 중에서 4000석 이상이 가득 찬다. 애드미럴 경기는 이 지역의 대규모 연중행사"라고 했다.
홈팬들은 경기가 시작되자 북소리에 맞춰서 "애드미럴!"을 외쳤다. 애드미럴의 득점이 터질 때면 약 4000명이 동시에 두 손을 하늘 높이 들고 일어서는 모습이 볼만했다. 애드미럴은 올 시즌 아무르와 한 지난 경기에서 패해 자존심을 구겼다. 이날은 반드시 이기겠다는 의지로 경기했다. 선수들은 전방부터 아무르 선수들을 압박하면서 경기를 주도했다. 경기는 결국 애드미럴의 4-2 완승으로 끝났다. 관중들은 오후 10시를 넘긴 시각에도 경기장 밖에서 기다렸다가 선수들이 버스를 타러 나오자 포옹하며 격려했다. 한 팬은 "우리는 가족이나 다름없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이 KHL의 열기를 그대로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가져올 수 있을까.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내놓은 종목별 입장권 판매 현황에서 아이스하키는 판매율 55%로 열다섯 종목 중 8위였다. 동계올림픽의 꽃이라고 불리던 아이스하키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현상. KHL 팬들이 몰려온다면 이 순위도 끌어올릴 수 있다.
KHL의 평창 참가는 러시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도 호재다. 블라디보스토크에는 한국산 제품들이 많이 진출해 있다. KHL 경기장 광고 배너에는 한국타이어가 뜨고 집집마다 삼성 텔레비전을 보며 시민 다섯에 셋은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있다. 편의점에는 박카스, 칠성사이다 등 한국 음료들과 과자 제품들이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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