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장용진 기자]김관진·임관빈 두 사람을 석방한 구속적부심 판단을 놓고 벌어지던 논쟁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이제까지 논쟁이 검찰과 여론 등 법원을 둘러싼 비판이 중심이었다면 현직판사와 대법원장이 논쟁에 가세하며 불씨가 법원 내부로 본격 옮겨 붙을 조짐이다.

현직 판사가 법원내부 전산망에 석방결정을 직설적으로 비판하는 글을 올린 반면 대법원장은 구속적부심 담당 판사에 대한 과도한 비판을 경계하는 입장을 밝히며 시각차를 노출했기 때문이다.


김동진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지난 2일 자신의 SNS를 통해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의 구속적부심 석방결정에 대해 납득하는 법관을 본 적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 부장판사는 “법관생활 19년인데 이런 적부심은 처음”이라면서 “법조인들도차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을 특정 고위법관이 반복하고 있는데 그 것을 비판하는 것에 왜 정치행위로 폄훼되야 하나”라고 비판했다.

김 부장 판사의 SNS 비판은 사실상 김명수 대법원장을 직접 겨냥한 것이다.


지난 1일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일규 전 대법원장 서세 10주기 추념식에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재판결과를 과도하게 비판한 것은 법치주의에 어긋난다”면서 “재판의 독립을 지키는 것이 법관의 직업적 미덕”이라고 김관진·임관빈 석방결정을 내린 서울중앙지법 수석형사부(부장 신광렬)를 사실상 공개적으로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이와 관련해 김 부장판사는 “(대법원장이) 차라리 침묵 기조를 유지했어야 했다”면서 “(김명수 대법원장은) 종래의 사법부 수장들과 다른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는 지적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장판사의 SNS를 통해 비판을 제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법원 내부에서도 김관진·임관빈 구속적부심 석방 논란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법관들 사이에서는 구속적부심 결과에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것을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구속적부심 결과가 이례적이기는 하지만 드문 사례라고 해서 틀린 것이라 보기 어렵고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는 와중에서 동료법관들마저 비판에 가세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법관은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평하거나 의견을 표명하지 않는다”는 법관윤리강령(제4조5항)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김 부장판사가 금기를 깨면서 “사실 나도 적부심 결과에 동의하기는 어렵다”라는 의견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지방법원에 근무하는 한 현직법관은 “영장실질심사를 한지 며칠만에 이를 뒤집는 결정이 나오면 어떻게 사법부를 신뢰하겠나”면서 “이제 구속적부심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형사피고인들이 ‘유전무죄’라는 식으로 반발하면 뭐라고 해야하나”고 우려했다.


또 다른 판사는 “적부심 결과도 문제이지만 언로을 막아버린 대법원장의 우려가 더 문제”라면서 “사법부의 독립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지 국민의 비판과 감시로부터의 독립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김 부장판사가 경솔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구체적인 증거와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막연하게 비판을 제기하는 것이 동료법관으로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재경지역의 중견법관은 “현직법관의 한 마디는 여론의 흐름에 따라 폭발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면서 “신중해야 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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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부장판사는 지난 2014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1심에서 사실상 무죄판결을 받자 “승진을 앞둔 판사가 ‘지록위마’와 같은 판결을 내렸다”며 직설적인 비판을 법원 내부망에 올렸다가 징계를 받은 바 있다.


한편, 현재 김 부장판사의 SNS에는 300여개가 넘는 찬·반 댓글이 올라와 있다.


장용진 기자 ohngbear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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