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냐? 역차별이냐? 빚탕감정책 둘러싼 논란들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 대상 정책이지만…고의 연체, 부정감면, 형평성 논란 등 우려도 남아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정현진 기자] 정부가 '상환 불능' 장기소액연체 채권을 소각키로 하면서 금융권 전반에 파장이 예상된다. 생계가 곤란한 서민들을 돕겠다는 좋은 취지지만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선심성 복지정책'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필요악'이라는 점에서 찬반의견이 엇갈린다.
◆'취약계층' 타깃 복지정책
전문가들은저소득층의 재기를 돕는 공약의 취지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특히 장기소액연체채권 보유자 상당수가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이란 점에서 이들의 재기를 지원하는 정책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은 "1000만원 이하를 10년 이상 연체한 차주라고 하면 대부분이 저소득층에 취약계층이기 때문에 정책의 큰 취지와 방향은 맞다"면서 "다만 상환능력 심사를 면밀히 해 차주의 연령, 일자리 여부 등을 꼼꼼히 따져 형평성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위에 따르면 행복기금 채무자의 약 46%는 중위소득 40% 이하(1인가구 기준 월소득 66만원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민행복기금내 미약정 장기소액연체자 중 기초생활수급자는 3만2000명에 달한다. 특히 60세 이상 고령자는 8만8000명에 달하는 등 약 12만명(30%)은 사회취약계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모럴해저드, 형평성 논란
다만 정부의 이번 채무감면 대책이 금융소외자를 돕는다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공적 성격의 자금으로 빚을 탕감해주는 것이어서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성실하게 빚을 갚고 있는 사람들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번 빚을 소각해주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빚을 탕감할 것을 기대해 이자도 갚지 않겠다고 나서는 서민들이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오히려 이번 대책으로 금융사들이 신용도가 낮은 서민들에 대한 소액신용대출을 꺼리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장기소액연체자외 채무자에 대해서도 본인이 신청하는 경우 상환능력 심사 후 채무조정을 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뒀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장기소액연체자의 경우 생활이 어렵다는게 분명하긴 하지만 완전 탕감식으로 가면 성실상환자와의 형평성 문제와 도덕적 해이 문제가 당연히 발생한다"면서 "완전 탕감이 아니라 20∼30%를 상환하면 나머지를 탕감해주는 식으로 절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재산을 숨겨 상환능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빚을 일부러 갚지 않는 '부정감면자'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부는 이를 가려내기 위해 '부정감면자 신고센터'를 운영할 방침이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금융사 갹출 재원 마련 논란
혈세를 통한 빚 탕감은 아니지만 금융사가 갹출한 출연금을 통해 재원을 마련한다는 점도 논란이다. 금융위는 국민행복기금 외 장기소액연체의 경우 금융권의 자발적 출연금을 모아 채무 감면의 재원으로 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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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역시 금융사의 팔을 비틀어 채무감면의 재원으로 쓴다는 비판이 일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장기소액연체는 규모 자체가 크지 않아 금융사 출연금을 활용한다고 하더라도 큰 영향이 있진 않지만, 국민세금을 재원으로 하기 어렵다고 해서 금융사 출연금을 활용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이명순 금융위 중소금융정책관은 "채권이 부실화된데는 당초 상환능력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은 금융사 책임도 있는 것으로 보고 채무 연체는 채무자와 채권자가 공동으로 책임진다는 의미에서 금융사의 자발적 출연을 재원으로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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