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사라진 '시장'의 목소리
"누가 우리 목소리를 내 줬으면 하지만 목소리를 들어줄 사람도, 해줄 사람도 없습니다" 최근 주요 그룹 임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공통으로 등장하는 하소연이다. 재계의 목소리를 정부와 국회, 노동계, 시민단체, 일반 국민를 향해 내고 싶어도 출구(出口)가 없어 답답하다는 푸념이다.
재계는 그동안 재계 총수와 경제단체장의 입, 경제단체나 민간연구기관의 성명 또는 토론회, 보도자료 등을 통해 목소리를 내왔다. 하지만 박근혜정부가 몰락하고 문재인정부가 등장하는 과정에서 그 목소리는 자취를 감추었다.
경제단체 가운데 과거 재계의 본산(本山)이라는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정경유착의 본산이라는 원죄에 '최순실국정농단'에 연루됐다는 본죄 때문에 정치권과 정부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받고 있다. 청와대 및 정부와 닿았던 연(緣)은 완전히 끊겼다. 자유한국당 의원 일부만 전경련에 자문을 구하고 있다고 한다.
전경련은 사실상 궤멸 상태다. 조직운영인 근간이던 4대 그룹이 탈퇴했고 임직원은 절반이 줄었다. 남은 사람들의 연봉은 40%가량 삭감됐다. 운신의 폭이 너무나도 좁아졌다. 전경련 산하의 재계 싱크탱크인 한국경제연구원, 재계의 후원으로 '자유시장경제의 기치를 내걸겠다'던 보수ㆍ우파 민간연구기관들의 목소리도 자취를 감추었다.
대체로 우파보다는 보수쪽에 방점을 찍었던 자유경제원은 자유기업원으로 간판을 바꿔달았지만 후원이 끊기면서 활동이 크게 우축됐다. 중도우파 성향의 바른사회시민회의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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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배 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은 과거 노사 및 노동정책관련한 각종 TV토론에 등장해 거침없는 발언으로 '미스터 쓴소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노동계가 가장 싫어하는 인물 가운데 최상위에 속하기도 한다. 그 역시 지난 4,5월 정부의 일자리정책을 비판한 이후 청와대와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으며 6개월여만 '쓴소리'를 삼갔다. 최근 경총포럼에서 최저임금정책에 대해 한 두 마디 했지만 과거 '김영배 스타일' 쓴소리에 비해서는 많이 순화된 듯 보였다.
국가가 발전하고 국가경제가 성장하자는 데 있어서는 보수와 진보,우파와 좌파가 따로 없다. 어느 한쪽의 논리와 주장에만 치우쳐서는 안된다. 성장정책이 있으면 분배정책이 있어야 하고 규제가 있으면 진흥도 있어야 한다. 재벌이 불평등과 양극화의 주범이라고 규정하고 재벌개혁을 추진하겠다면 불평등과 양극화의 원인을 다각적으로 분석해 주범(공범이나 종범이라는 주장도 있다)임을 인정하게 하고 정책대상인 재벌의 정책호응을 얻어내야 한다. 보이지 않는 손(애덤 스미스가 주장한 자유방임주의 경제체제)이 싫다면 보이는 손이 왜 필요한가의 설명도 필요하다. 시장이 만능이 아니듯 정부와 국회도 만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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