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꼼히 읽어보면 고개를 갸웃거릴만한 숫자들이 나열된 이 문구는 산업연구원이 지난 여름 발표한 '사드 이후 대중국 수출 동향' 보고서 중 일부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를 들여오기로 한 이후 매일 우리가 읽던 기사를 떠올리면 불가능한 일처럼 보인다. 스마트폰으로 기사 좀 보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은 '중국 롯데마트 줄줄이 폐쇄, 손실만 1조원' '현대차 판매량 뚝, 중국 공장 가동 중단' 정도의 제목은 훑은 적이 있을 것이다.
올해 3월 중국 정부가 방한금지령를 내릴 당시 '정유ㆍ화학ㆍ철강은 중국 수출 굳건'이란 제목의 기사를 쓴 적이 있다. 당시 통화했던 고준성 산업연구원 국제산업협력실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이 중화학 제품을 대상으로 행동에 나서면 통상규범에 저촉될 뿐더러 세계무역기구(WTO)제소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중국도 이를 알기 때문에 중간재에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제한적이다"라고 설명했다. 기초소재를 한국으로부터 공급받지 못하면 중국에서 완성품을 만드는 데 애를 먹게 되는 것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반도체만 봐도 그렇다. 굴지의 반도체 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우리나라 모 그룹 총수가 중국에 갈 때마다 그룹 내의 에너지나 통신 같은 다른 계열사 이야기는 뒷전이고 반도체 기술력 자랑부터 시작한다는 일화가 돌 정도로 중국 내에서 우리나라 기초 소재의 입지는 탄탄하다. 중국이 휴대폰 같은 전자제품 수출을 늘리면서 반도체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 결과 원래 대중 수출의 20% 정도를 차지했던 반도체는 올해 5월 44%까지 올라 비중이 두 배 넘게 늘었다.
사드는 '포스트 차이나' 전략도 부추겼다. 국내 화학, 철강사가 현재 인도 시장에 공을 들이는 건 알고 보면 중국 영향이 컸다. 중국 상무부가 태양광 원료인 폴리실리콘에 대해 반덤핑조사를 시작하자 이를 생산하는 한화케미칼도 더이상 중국에 목을 매선 안 된다고 판단한 듯 하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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