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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사드 뒷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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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지난해 7월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증가율은 전년 대비 8월 -5.3%, 9월 -9.1%로 감소폭이 커졌다. 중국의 보복 탓에 수출에 타격을 입은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으나, 사드 배치 이전인 지난해 상반기의 수출 감소율(-14.1%)보다 둔화된 수치였다. 더욱이 대중 수출액은 작년 7월 11조3000억원에서 12월 13조5000억원으로 확대됐다.'

꼼꼼히 읽어보면 고개를 갸웃거릴만한 숫자들이 나열된 이 문구는 산업연구원이 지난 여름 발표한 '사드 이후 대중국 수출 동향' 보고서 중 일부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를 들여오기로 한 이후 매일 우리가 읽던 기사를 떠올리면 불가능한 일처럼 보인다. 스마트폰으로 기사 좀 보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은 '중국 롯데마트 줄줄이 폐쇄, 손실만 1조원' '현대차 판매량 뚝, 중국 공장 가동 중단' 정도의 제목은 훑은 적이 있을 것이다.
수치가 사드 급류를 거슬러 헤엄쳐 갔던 이유는 '기초소재'에 있다. 소비재 타격에 묻혀 보이진 않았지만 반도체ㆍ화학ㆍ철강은 중국 수출의 75%나 차지한다. 기초소재를 중국이 쉽게 건드리지 못하는 이유는 있다. 불매운동을 하면 바로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소비재와는 달리 기초소재를 공격하면 오히려 우리나라에 역공 빌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3월 중국 정부가 방한금지령를 내릴 당시 '정유ㆍ화학ㆍ철강은 중국 수출 굳건'이란 제목의 기사를 쓴 적이 있다. 당시 통화했던 고준성 산업연구원 국제산업협력실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이 중화학 제품을 대상으로 행동에 나서면 통상규범에 저촉될 뿐더러 세계무역기구(WTO)제소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중국도 이를 알기 때문에 중간재에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제한적이다"라고 설명했다. 기초소재를 한국으로부터 공급받지 못하면 중국에서 완성품을 만드는 데 애를 먹게 되는 것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반도체 공장

반도체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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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만 봐도 그렇다. 굴지의 반도체 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우리나라 모 그룹 총수가 중국에 갈 때마다 그룹 내의 에너지나 통신 같은 다른 계열사 이야기는 뒷전이고 반도체 기술력 자랑부터 시작한다는 일화가 돌 정도로 중국 내에서 우리나라 기초 소재의 입지는 탄탄하다. 중국이 휴대폰 같은 전자제품 수출을 늘리면서 반도체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 결과 원래 대중 수출의 20% 정도를 차지했던 반도체는 올해 5월 44%까지 올라 비중이 두 배 넘게 늘었다.

사드는 '포스트 차이나' 전략도 부추겼다. 국내 화학, 철강사가 현재 인도 시장에 공을 들이는 건 알고 보면 중국 영향이 컸다. 중국 상무부가 태양광 원료인 폴리실리콘에 대해 반덤핑조사를 시작하자 이를 생산하는 한화케미칼도 더이상 중국에 목을 매선 안 된다고 판단한 듯 하다.
신제품 공개무대는 늘 중국이었는데 이번엔 달랐다. 한화케미칼은 올해 초 4년 동안 공들여 개발한 CPVC(염소화 폴리염화비닐)를 가지고 곧바로 인도로 향했다. 현대차 판매부진으로 중국 매출이 쑥 빠진 현대제철 역시 브라질과 인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중국에서 찬바람이 불 때 몸을 데워 줄 따뜻한 나라를 찾아 떠난 셈이다. 따지고 보면 사드는 우리에게 상처만 남기진 않았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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