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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전리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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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영신 금융부장] 전리품(戰利品)은 전쟁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 의회정치에도 전리품은 존재한다. 정부 산하 공공기관장 및 주요 협회장 자리가 대표적인 전리품이다. 현실적으로 이 자리는 그동안 정권 창출에 기여한 공신(?)들의 몫이다.

조영신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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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도 마찬가지다. 승리한 자는 정권을 잡게 되고, 전리품을 배분할 권력도 쥐게 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리품은 존재했고, 또 앞으로 존재할 것이다.
핵심은 전리품을 받는 자세다. 무능한 전리품을 수동적으로 받을 것이냐, 유능한 전리품을 능동적으로 모셔올 것이냐는 말그대로 선택의 문제다.

대표적인 곳이 손해보험협회다. 손보협회는 김용덕 전 금융감독위원장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장관급 인사가 손보협회장에 온 것은 1990년 동력자원부 장관 출신이었던 박봉환 회장 이후 28년 만이다. 신임 김 회장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선 문재인 캠프 정책자문단 '10년의 힘 위원회'에 참여한 바 있다.

장관급 손보협회장 선임은 손해보험업황과 관련이 있다. 정부와 여당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주요 골자로 하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았다. '문재인케어'가 바로 이것이다. 국민건강보험법이 개정되면 손해보험사에서 판매한 실손보험의 보험료 인하가 불가피하다. 실손보험 손해율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손해보험사 입장에서 문재인케어는 자칫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전직 금융감독위원장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한 이유다. 적어도 전직 장관급은 돼야 금융당국에 자신들의 입장을 표현할 수 있다는 계산(손보협회는 손해보험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다)이다.

현안은 또 있다. 금융당국의 보험료 신용카드 결제 활성화 방안도 급한 불이다. 금융당국은 현재 보험료 신용카드 납부를 추진중이다. 손해 및 생명보험사는 현재 신용카드사와 수수료를 놓고 첨예한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다. 카드 수수료를 보험료에 포함시킬 수 없다. 보험료 신용카드 납부가 전격 시행되면 고스란히 자신들의 이익을 카드사에 쪼개줘야 하는 상황이다.

생명보험사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12월 말 차기 생명보험협회 회장에 전직 장관급 이상의 인사를 모셔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

마음이 급한 곳은 신용카드사들이다. 방패가 돼 줘야 하는 여신금융협회 회장의 임기는 2019년 6월까지다. 김덕수 여신협회장은 국민은행 인사부장, 국민은행 성동지역본부 본부장, KB국민카드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한 민간 출신이다. 김 회장이 상대해야할 신임 손보협회장은 재무부 국제금융국 사무관, 재정경제원 예산실 과장, G20 재무장관회의 차석대표, 건설교통부 차관, 대통령비서실 경제보좌관, 금융감독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민간 출신 협회장이 무능력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손보협회장과 여신협회장을 대하는 금융당국의 태도나 자세가 같을 순 없다. 신용카드사들이 전전긍긍하는 이유다.

2018년 예고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원가 재산정 협상도 걱정거리다. 가맹점 수수료는 3년에 한번 재산정한다. 카드사들은 지난 2016년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수익 2000억원 감소'라는 폭탄을 맞은 바 있다. 카드업계 내부에서 내년 재산정시 카드업계의 입장이 어느정도 반영될 지 벌써부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카드사들이 능동적으로 전리품을 모셔 온 손보협회를 부러워 하는 눈치다. 임기가 1년 하고도 8개월이나 남은 회장을 바꿀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누군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대신 달아줬으면 하는 속내다. 가장 좋은 모양새는 "스스로 목에 방울을 다는 것인데" 라고 말이다.



조영신 금융부장 as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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