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옛 현대증권 노동조합과 소액주주들이 자사주 헐값 매각으로 인한 1200억원 규모의 회사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제기한 소송이 또 다시 각하됐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 앞서 합병 과정에서 현대증권 주식이 없어졌기 때문에 주주로서의 소송 자격이 없다는 판단이다. 이같은 경우 피해 회복을 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투자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윤경은 KB증권 대표(전 현대증권 대표) 등 이사진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대표소송 항소심에서 기각 판결을 19일 내렸다. 지난 4월 1심에서의 각하 결정을 유지한 것이다.


상법에 따라 발행주식 총수의 1% 이상 주식을 가진 주주는 회사에 대해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지난해 5월 KB금융지주가 옛 현대증권의 대주주 지분을 인수하자마자 이사회를 새로 꾸려 현대증권이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1671만5870주(발행주식 총수의 7.06%)를 주당 6410원에 KB금융지주에 매각했다.


KB금융지주가 종전 대주주에게 22.56%의 지분을 사들이면서 적용한 가격인 주당 2만3183원의 4분의1 수준이었다. 소송을 제기한 측은 주당 순자산가치 1만3955원, 평균취득가격 주당 9837원에도 못 미치는 헐값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과 2심 법원은 모두 원고 적격성을 문제삼았다. KB금융의 완전 자회사 편입을 위한 포괄적 주식 교환으로 옛 현대증권 주주들이 KB금융 주주들로 바뀌었으므로 소송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소송인 측은 비자발적으로 주식을 교환할 수밖에 없었던 특수한 상황이었으므로 소송 자격이 있다고 주장해 왔다. 향후 대법원 상소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소액주주들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한누리 관계자는 “피고인 이사들에 의해 비자발적으로 주식을 상실한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것으로 봐서 원고 적격을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유사한 경우 미국에서는 원고 적격을 인정하는 사례가 있으며 학계 일부에서도 인정하는 것으로 안다.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불합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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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이다. 모회사 주주가 불법행위를 한 자회사·손자 회사 임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낼 수 있게 한 제도로 이미 관련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 올라 있다. KB금융 주주가 됐더라도 옛 현대증권에 대한 소송 자격이 확실해지는 것이다.


법무부는 또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을 포함한 '법무행정 쇄신방향'을 19일 확정해 정부안을 제시하고 국회 논의를 적극 지원키로 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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