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유기업에 민간 자본 접목 '혼합소유제' 개혁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등 IT 3인방 조단위 투자
성공 여부에 국유기업 개혁 성패 달려
여전히 공적 지분율 높아 정부 입김 못 벗어난다는 분석
"19차 당대회 정치 이벤트 희생양" 지적도

중국롄퉁(차이나유니콤) 기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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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중국 3대 이동통신회사인 중궈롄퉁(中國聯通·차이나유니콤)의 혼합소유제 개혁이 장안의 화제다. 혼합소유제는 정부 소유의 국유기업에 민간 자본을 투입하는 일종의 민영화 시도로, '시코노믹스(시진핑(習近平)과 이코노믹스의 결합어)'의 핵심인 국유기업 개혁의 성패를 가늠할 주요 정책 수단이다. 차이나모바일과 차이나텔레콤 등 다른 국영 통신사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차이나유니콤을 시험대에 올린 것도 개혁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사실 차이나유니콤의 회생에 대한 기대감은 1년여 전부터 주가에 선반영돼 왔다. 상하이증권거래소에서 거래 중인 차이나유니콤의 주가가 널뛰기 시작한 것은 혼합소유제 개혁 소식이 재료로 처음 등장한 지난해 10월부터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중국 IT 대표 주자인 'BAT'가 차이나유니콤 혼합소유제에 참여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BAT는 바이두(百度)와 알리바바(阿里巴巴), 텅쉰(騰迅·텐센트)의 앞 자를 딴 것으로 중국 3대 'IT 공룡'을 가리킨다. 차이나유니콤 주가는 정부 주도의 지배 구조 개선이라는 정책성 호재를 토대로 10개월 만에 주당 4위안대에서 8위안대로 두 배로 뛰었다. 지난 22일에는 주당 9위안대를 재돌파해 2015년 상반기의 역사적 고점 수준에 육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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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무대 쥐락펴락하는 국유기업, 中 경제 떠받친다= 올해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 중에서 중국 기업은 115개로 지난해보다 5개 늘었다. 중국 기업 수는 14년 연속 증가해 1위인 미국(132개)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한국은 15개에 불과하다. 차이나유니콤의 순위는 241위였다. 지난해 기준 매출은 412억7400만달러로 경쟁사인 차이나모바일(1071억1700만달러·47위)과 차이나텔레콤(623억8700만달러·133위)에 한참 뒤졌지만, 중국 경제를 지탱하는 거대 국유기업인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이번 포천의 글로벌 500대 기업 순위 발표는 상위 5개 기업 중 중국 기업이 2~4위를 석권한 것 외에 처음으로 랭킹에 든 중국 기업 대부분이 민영이라는 데 남다른 의미가 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안방보험과 알리바바, 텐센트 등이 새로운 주인공이다. 이로써 전체 500개 기업 중 중국 민간기업의 비중은 20%로 커졌다. 중국 경제에서 민간기업이 차지하는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는 있지만 성장 버팀목은 여전히 대기업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국유기업인 셈이다. 중국 재정부 자산관리사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국유기업 자산 총액은 144조8952억3000만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2% 증가했다. 이 가운데 중앙기업 자산 총액은 73조5639억위안으로 전년보다 9.7% 늘었다. 지방 국유기업 자산 총액은 71조3313억3000만위안으로 12.7% 증가했다.


문제는 국유기업의 질적 성장이 더디다는 점이다. 시진핑 정부가 2013년 열린 제18기 3중 전회에서 경제 체제 개혁의 최대 이슈로 국유기업 개혁을 처음 제시하고 구체적인 실천 방안 중 하나로 혼합소유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도 국유기업의 고질적인 병폐를 해소하고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었다. 중국 국무원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국자위) 홈페이지를 보면 지난 21일 현재 정부가 지분 100%를 소유한 중앙기업 수는 98개까지 줄었다. 중앙기업 수가 두 자릿수로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렇다면 혼합소유제 방식의 국유기업 개혁의 첫 단추를 꿴 차이나유니콤의 사례는 성공작으로 남을 수 있을까.

[G2는 지금]차이나유니콤' 혼합소유제' 시험대 올랐다 원본보기 아이콘

◆'시코노믹스 끝판왕' 혼합소유제, 국유기업 개혁 성공 이끌까= 혼합소유제는 쉽게 말해 국유기업에 민간 자본을 투입하는 것을 말한다. 즉 국가와 민간이 기업을 함께 소유하는 새로운 기업 형태다. 중국에서 국유기업 개혁의 일환인 혼합소유제가 상징성을 지니는 것은 시코노믹스의 핵심 경제 정책인 공급 측 개혁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한 주요 관문과 같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매 정권의 '단골 메뉴'로 등장한 국유기업 개혁이 그동안은 동일 업종 간 인수합병(M&A)이나 비상장 자산의 그룹 계열 상장사 통합 방식에 머물렀다면, 혼합소유제는 국가 자본으로 운영하는 국유기업에 국가 지분을 줄이고 민간 자본 유치를 허용하는 것으로 국유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궁극적으로 경제 성장률을 높이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한다. 나아가 중국 정부는 이 같은 국유기업 소유 지분 매각과 민간에 대한 사업 영역 개방을 통해 외부 자금을 유용하게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큰 그림을 짜고 있다.


중국의 국유기업 개혁은 관료 중심 경영진의 기득권 독점 문화로 번번이 실패했으나 시진핑 정권에선 지도층 부정부패 척결 움직임과 맞물려 탄력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전력, 석유, 천연가스, 철도, 항공, 통신, 국방 등 특정 분야에서 혼합소유제 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뜻을 밝히면서 올해 들어 속도가 붙은 분위기다.


차이나유니콤 혼합소유제 개혁의 성패를 둘러싸고 벌써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차이나유니콤 혼합소유제에는 소문대로 'BAT 3인방'을 포함한 전략적 투자자들이 대거 참여해 지분 35.19%를 사들였다. 에디슨 리 제퍼리 에쿼티 분석가는 "차이나유니콤은 전략적 투자자의 힘을 빌려 각종 사업을 더욱 확장할 수 있어 이번 혼합소유제 개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 "펀딩 규모도 예상보다 커 차이나유니콤에 더 많은 투자 활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유력 경제지 차이신에 따르면 텐센트와 바이두, 징둥, 알리바바 등 4개 IT기업은 이번 거래에 각각 110억위안, 70억위안, 50억위안, 43억위안을 투입했다. 저우팡성 국자위 기업개혁국 부국장은 "다양한 성향의 주주들이 함께 힘을 모은다면 신규 사업에 도전하는 의사결정이 원활할 수 있지만 각자 수익만 좇는다면 개혁의 효과는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반면 차이나유니콤의 혼합소유제가 실패작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올가을 제19차 당대회를 앞둔 중국 공산당의 무리한 공적 쌓기 사업일 뿐이라며 진행 과정과 결과에 결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내로라하는 민간기업이 정부의 대형 정치 이벤트의 희생양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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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민간 자본이 섞이는 혼합소유제 개혁이 이뤄져도 차이나유니콤의 지배 구조는 사실상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봤다. 민간 투자자가 이사회 의석을 확보해도 이사회 자체가 형식적인 기구에 불과한 데다 여전히 공적 지분율이 높아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FT의 분석이다.


이번 혼합소유제 단행 이후 중국 정부가 소유한 차이나유니콤 지분은 기존 62.74%에서 36.67%로 감소한다. 다만 차이나유니콤 지분 10.22%를 사들인 중궈런서우(中國人壽·차이나라이프)가 국영 생명보험사인 점 등을 고려하면 여전히 정부가 좌지우지하는 비중이 50% 이상으로 큰 편이다. SCMP는 "민간기업은 차이나유니콤 지분 18.85%만 보유할 예정인데 이마저도 8개 기업이 나눠 갖는다"면서 "왼손에 들고 있는 것을 오른손으로 옮기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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