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노점상의 눈물②]불경기 속 물가마저 폭등…'사면초가' 길거리 음식
장기불황으로 발길 끊어진 지 오래…먹고 살 길 '막막'
손님 끊기면 어쩌지…원재료 값 올라도 가격 인상 '눈치만'
'우후죽순' 저가형 프랜차이즈, 새 경쟁자로 부상
'건물 공사한다' 등 외부 요인으로 새 터전 찾기 일쑤
[아시아경제 조호윤 기자]13일 오후 서울 중구 일대에 자리 잡은 한 호떡 노점상 앞은 용광로의 열기를 연상케 했다. 30도를 훌쩍 넘는 노점 밖 날씨가 오히려 시원했다. 열기를 뿜어내는 쇠틀 위에는 호떡 4개가 가지런히 놓인 채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폭염의 날씨에 호떡을 찾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노점상인 A씨는 "하루 종일 팔아봐야 손에 쥐어지는 건 7만원"이라면서 "구르마(트럭)를 사는데 100만원, 밀가루 값 5만원 등 빼면 남는 게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에 위치한 계란빵을 판매하는 노점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뜨겁게 달궈진 쇠틀 위에는 계란빵 6개가 식어갔다. 계란빵 노점상인 B씨는 "오늘도 자리를 잘 못 잡은 모양"이라면서 "아침 9시부터 장사를 시작했지만, 한 개도 팔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노점 상인들이 사면초가에 처했다. 장기 불황으로 매출은 매년 감소하고 있는데, 원재료 값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매출과 직결되는 자리 잡기도 만만치 않은데다, 가용비(가격 대비 양),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 바람이 불면서 저가형 프랜차이즈들이 우후죽순 생겨나 새로운 경쟁 상대가 됐다.
13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에 위치한 한 컵밥집 메뉴판. 기존 보다 500~1000원 가량 비싸진 가격으로 수정된 메뉴판은 천정부지로 물가가 올랐음을 보여준다. (사진=조호윤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가장 고민인 점은 물가와 함께 큰 폭으로 상승한 원재료 값이다. 공무원 등 각종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과 학원이 밀집해 있는 동작구 노량진동에 위치한 한 컵밥 집 메뉴판은 가격을 수정하기 위해 종이로 덧댄 흔적이 역력하다. 너덜해진 메뉴판 위에는 굵은 매직으로 기존가격에서 500~1000원 가량 오른 새 가격이 빼곡히 적혔다. 3000~3500원에 판매되는 일반 컵밥보다 20%가량 오른 셈이다.
컵밥 거리에서 닭강정을 판매하는 상인 C씨는 "원재료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걱정"이라면서 "물가 인상분을 반영해 가격을 올려야 하지만 손님들 발길이 끊어질 까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우후죽순 생겨난 저가형 프랜차이즈도 노점 상인들의 생계를 위협했다. 1000원대 커피 집부터 2000원대 분식집까지 저가형 프랜차이즈들은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수험생들을 공략해 점포를 열었다.
13일 노점상 거리로 알려진 강남구 무지개길에는 노점상 한 곳만 영업하고 있었다. 떡볶이를 판매하는 노점상 A씨는 "다음 달 말까지 건물 신축 공사로 17명이 돌아가면서 영업을 해야한다"고 울먹였다. (사진=조호윤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노량진에서 수년째 노점을 운영 중인 D씨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무턱대고 덤벼드는 자영업자들이 많지만, 대부분 얼마 안돼서 장사를 접는다"며 "건물주들이 자고일어나면 임대료를 천정부지로 올려대는 통에 두 손 두 발 다 들고 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에 비해 자리 잡는 것도 힘들어졌다. 정부 단속이 심해진데다, 건물 신축 등의 외부 요인이 생기면 하루아침에 또 다른 터전을 찾아야하는 실정인 것. 노점상 거리로 알려진 서초구 무지개길에는 이날 노점상 한 곳만 영업 중이었다. 떡볶이 등 분식을 판매하는 노점상 E씨는 "옆 건물 공사 때문에 자리 하나에서 17명이 돌아가면서 영업 중"이라면서 "다음 달 말까지 보름에 한 번 꼴로 장사를 해야 하는데, 빈 매출을 어떻게 메울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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