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박 내리면 왕이 인사 잘못한 탓" 비판도… 기상청 "대기 불안정한 초여름 흔히 나타날 수 있는 현상"


때 이른 더위에 가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갑자기 발생한 우박피해에 농가는 연일 울상이다. 급격한 더위로 대기가 불안정해진 탓에 생성된 적란운(積亂雲)이 커지면서 소나기가 우박이 되고, 그 우박의 크기가 좁쌀에서 골프공만큼 커진 것. 조선시대에는 큰 우박이 쏟아져 농가의 농부가 맞아 죽었을 만큼 초여름 우박피해는 갑작스러운 천재지변만은 아니었다. 일러스트 = 오성수 작가

때 이른 더위에 가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갑자기 발생한 우박피해에 농가는 연일 울상이다. 급격한 더위로 대기가 불안정해진 탓에 생성된 적란운(積亂雲)이 커지면서 소나기가 우박이 되고, 그 우박의 크기가 좁쌀에서 골프공만큼 커진 것. 조선시대에는 큰 우박이 쏟아져 농가의 농부가 맞아 죽었을 만큼 초여름 우박피해는 갑작스러운 천재지변만은 아니었다. 일러스트 = 오성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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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공만 한 우박이 하늘에서 떨어지자 차 유리가 속수무책으로 뻥뻥 뚫렸다. 비닐하우스 천장은 너덜너덜해졌고, 사과, 복숭아, 매실 등 농장의 낙과 피해가 속출했다.


지난달 31일 전남 장성과 담양에 쏟아진 집중호우와 우박으로 인해 과수, 농작물을 비롯해 차량 피해가 발생했다. 1일 오전에는 경북 봉화와 영주, 서울 강남구 일대에도 포도알만 한 우박이 기습적으로 쏟아졌다.

1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26℃였고, 31일 담양의 낮 최고기온 또한 26.5℃를 웃도는 등 일찍 찾아온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상황에 우박은 어떻게 내린 것일까?


지난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일대에 갑자기 우박이 쏟아지고 있는 광경. 사진 = 연합뉴스

지난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일대에 갑자기 우박이 쏟아지고 있는 광경.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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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더워진 날씨, 우박의 주범?

먼저 기상청은 이번 우박에 대해 “기상이변이 아닌 초여름 흔히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3~4일에 걸쳐 한반도 북쪽의 찬 공기가 내려와 지표면 상공 온도가 영하권으로 떨어지며 우박이 만들어지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


최근 갑작스럽게 더워진 날씨 탓에 지표면의 뜨거운 공기가 앞서 언급한 찬 공기와 만나 온도 차가 생겨 강한 대류작용이 일어났고, 불안정한 대기에서 형성된 적란운이 우박을 만들었는데 구름의 크기가 커진 만큼 우박의 크기도 커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조선왕조실록은 우박에 관한 피해를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는데, 기록의 초점이 농한기 우박보다 농번기 우박으로 인한 농사 피해에 맞춰져 있는 점이 특기할 부분. 특히 내린 우박의 크기에 대한 기록도 자세하게 남아있다. 사진 = 문화유산채널

조선왕조실록은 우박에 관한 피해를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는데, 기록의 초점이 농한기 우박보다 농번기 우박으로 인한 농사 피해에 맞춰져 있는 점이 특기할 부분. 특히 내린 우박의 크기에 대한 기록도 자세하게 남아있다. 사진 = 문화유산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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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도 이맘때쯤 우박이 쏟아졌다?


이번 우박이 ‘흔히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라면, 과거 선조들의 생활 속 우박피해는 어땠을까? 먼저 조선왕조실록이 언급한 우박 기록은 2,500여 건으로 서울, 경기 지역과 평안도에 그 피해가 가장 많았고, 월별로는 5월, 10월, 11월에 빈도가 가장 높았다.


크기 또한 다양했다. 태종 1년(1401년) 3월 25일 전라도 완산에 내린 우박은 크기가 탄환만 해 보리농사에 피해를 입혔고, 중종 11년(1516년) 4월 27일엔 충청도 아산과 평택에 주먹만 한 우박이 내려 벼와 가축, 그리고 사람이 다쳤는가 하면, 현종 즉위년(1659년) 6월 20일 함경도 길주에 계란만한 우박이 내려 어린아이가 맞아 죽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천재지변조차 임금의 부덕으로 간주된 조선 사회에서 우박 또한 정쟁의 좋은 소재로 때때로 신하가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고자 임금을 밀어붙이는 수단으로도 이용됐다. 사진 = KBS1 '장영실' 화면캡쳐

천재지변조차 임금의 부덕으로 간주된 조선 사회에서 우박 또한 정쟁의 좋은 소재로 때때로 신하가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고자 임금을 밀어붙이는 수단으로도 이용됐다. 사진 = KBS1 '장영실'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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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맞아죽는 우박, 모두가 임금 탓?


작물피해는 물론 가축도 죽고, 심지어는 사람도 맞아 죽는 강력한 우박 피해는 곧 그해 농사를 흉작으로 만든 주요한 원인이 됐다. 중종 연간 백성들의 우박피해가 잦자 임금은 “근자에 오래도록 가물고 또 우박이 섞여 내려 해마다 흉년이 들어 민생의 간고를 이루 말할 수 없으니 내가 매우 조심하고 두려워하여 자나 깨나 편안치 않다”고 스스로를 자책했다.


그런가 하면 신하들이 임금을 몰아붙이려 우박을 이유로 들기도 했다. 인조 15년(1637년) 9월 24일 부제학 이경석은 “국가가 불행하여 음양이 절도를 잃어 서리와 우박이 일찍 내리니 예부터 화란이 일어나는 것은 반드시 일을 잘못 처리하거나 마땅한 사람을 임용하지 않은 데서 말미암으니 살피지 않아서는 안 되겠습니다.”라며 인재 중용에 신중을 기하지 못한 인조를 우박을 핑계로 에둘러 비난했다.



지난 1일 오전 전남 담양군 용면에 주차된 승용차의 유리창이 전날 쏟아진 우박을 맞아 곳곳에 구멍 나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지난 1일 오전 전남 담양군 용면에 주차된 승용차의 유리창이 전날 쏟아진 우박을 맞아 곳곳에 구멍 나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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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 1년(1401년)에 경상도 삼기에 내린 탄환만 한 우박에 밭으로 향하던 농부가 맞아 죽자 왕은 백성들이 짊어지고 있는 요역(건설현장 동원)이 과중한 것을 걱정해 이를 줄이고자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이번 경기, 전남 지역의 우박피해는 보상과 복구지원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피해 농가 대다수가 재해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데다, 풍수해 보험에 가입한 경우에도 우박은 보상 항목이 아니기 때문에 실질적인 보상처가 전무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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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에서는 우박의 경우 미리 알고도 대처가 어려운 재해인 점을 감안해 현실적인 보험 마련과 대비책에 지원이 필요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한편 기상청은 찬 공기가 6월 말까지 지표면 상공에 있어 우박 발생 확률이 크다고 밝혀 농가의 각별한 피해 대비를 주문했다.


아시아경제 티잼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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