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스토리] 총리도 총수도 빠진 '호암의 눈물'
2017 호암상 시상식으로 본 재계의 현실…재계 "사회 분위기 반영된 것 같아 씁쓸"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그동안 국무총리급 인사가 축사를 해 줬는데 올해는…."
1일 서울 중구 서소문로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2017 호암상' 시상식이 끝나자 참석자 한 명이 아쉽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의 얼굴에는 예년보다 위축된 행사 분위기가 못내 안타깝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만찬이나 음악회는 생략됐고, 시상과 축사 등 꼭 필요한 프로그램만 1시간30분가량 간략하게 진행됐다. 지난해에는 현직 국무총리(당시 황교안 총리)가 참석해 축사를 전했지만 올해는 국무총리는 물론 정·관계 인사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호암상은 삼성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선대회장의 인재제일, 사회공익 정신을 기리기 위해 1990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설립해 제정한 상이다.
1일 오후 서울 중구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2017년도 제27회 호암상 시상식에서 스벤 리딘 스웨덴 룬드대 교수(왼쪽 두 번째). 손병두 호암재단 이사장(세 번째) 등이 박수를 치고 있다. 위 사진은 2013년(왼쪽), 2016년 호암상 시상식의 모습. 2013년에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홍라희 여사가 정홍원 당시 총리와 함께 참석했고, 2016년에는 이재용 부회장이 황교안 당시 총리와 함게 참석했다.
행사를 주관하는 호암재단은 노벨상 수상자와 해외의 저명한 석학을 심사위원으로 참여시키는 등 세계적 권위의 행사로 육성해 왔다.
수상자에게는 순금메달과 3억원의 상금이 수여되지만 '사회공익을 실천했다'는 더 큰 명예를 얻는다. 올해 의학상을 받은 백순명 연세대 교수는 유방암 환자들의 항암치료 고통을 벗어나게 해 준 세계적인 학자이다.
사회봉사상을 받은 라파엘클리닉은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노동자들에게 20년간 무료 진료 봉사활동을 벌인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의 단체이다.
손병두 호암재단 이사장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각자 역량을 한껏 발휘해 모두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동안 호암상 시상식에 전·현직 정관계 인사들이 참석한 것도 호암 정신에 대한 공감의 뜻이 담겨 있었다. 2015년에는 당시 정의화 국회의장이 만찬에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고건·한덕수·현승종 전 국무총리,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 등 고위직을 지낸 인사들이 시상식에 참여해 축하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호암상의 의미나 전례에 비춰볼 때 올해 행사는 아쉬운 대목이 없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 쪽에서 조촐하게 행사를 치르고 싶어 하기도 했지만, 지금 재계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재계는 이래저래 마음이 불편하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일자리 100일 계획'을 발표했지만 재계 쪽에서는 "우리와 제대로 된 소통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불편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어렵다. 소통의 창구도 마땅치 않은 데다 새 정부로부터 "반성하라"는 소리도 들어야 했다.
재계 관계자는 "새 정부가 출범한 지 3주가 흘렀지만 산업을 총괄하는 장관 발표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며 "경제 발전의 파트너인 기업을 적폐처럼 바라보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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