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대선이 한창이던 지난달 평택시 곳곳에서는 선거관련 현수막들 사이로 낯선 현수막이 내걸렸다 사라진 일이 있었다. '삼성전자 정상화촉구 이재용부회장 구명본부'라는 곳에서 4월 27일 오후에 평택경제살리기운동본부 창립총회를 열겠다는 내용이다. 대선을 앞두고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이를 반대하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자 행사는 대선 이후로 연기됐고 현수막도 철거됐다. 삼성과는 무관한 일이었다고 한다.
평택은 세계 최대 삼성반도체 공장이 들어서는 지역으로 삼성의 투자규모만 15조6000억원에 이른다. 중장기적으로 15만명의 고용과 40조원의 경제유발효과가 기대된다. 삼성의 반도체공장이 오는 6월 정상가동되면 현재의 반도체 슈퍼붐(초호황)에 맞춰 삼성의 이익증가가 지자체의 세수증대로 이어진다. 구명본부가 만들어진 것은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으로 이런 기대가 자칫 차질을 빚을까하는 우려에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법인세로만 2조2000억원 가량을 납부했다. 올해는 역대급 실적을 예고하고 있어 세금납부액도 역대 최대규모로 예상된다. 법인세 가운데 지방세비중이 10%가량이니 삼성이 법인세를 3조원 가량 낸다고 하면 3000억원이 지방세다. 지난해 삼성의 영업부진으로 세수가 반토막 난 수원, 용인,화성 등 삼성 사업장이 소재한 지자체들도 올해는 기대가 크다. SK하이닉스의 국내 공장이있는 청주시와 이천시도 이 회사의 어닝서프라이즈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가 발표한 '2016년 전국규제지도'에 따르면 전국 228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기업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곳은 광주광역시 광산구였다. 광산구에는 삼성전자 광주공장과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동부대우전자 광주공장 등이 있다. 광산구는 지역기업과의 상시대화채널을 구축해 애로를 해결하고 2015년부터는 '공장설립 무료상담 서비스'를 시행해 70개 공장의 설립을 지원했다.
광주를 모태로 한 대유그룹의 대유위니아는 가전 생산공장을 충남 아산에서 광주로 옮기기로 했다. 삼성전자 광주공장은 가전라인 일부가 베트남으로 이전하면서 우려가 많았지만 지금은 공기청정기수요가 늘면서 24시간 풀가동하고 있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최근 간부회의에서 기업투자유치의 일화를 소개했다. 삼성전자 광주공장 일부 라인의 해외이전 당시에는 회사 경영진을 만나 광주를 무풍 에어컨 등 프리미엄급 가전 생산 중심으로 육성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고 했다. 대유위니아의 광주이전도 윤 시장이 발로 뛴 노력이 컸다고 한다. 윤 시장은 동부대우전자가 경영권위기에 직면해 유상증자가 절실한 상황이었을 때에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이동걸 행장에게 전화를 걸어 지역기업과 근로자들의 생존을 호소해 유상증자가 이뤄졌다고 한다. 기업들은 그동안 곳간에 현금만 쌓아놓고 투자를 머뭇거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들의 노력에 따라 달라진 결실을 보면 기업만을 탓할 수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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