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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파면 20일 만에 구속 갈림길…상황 오판으로 위기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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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목 집중됐지만 아무말 없이 법원 들어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30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중앙지법 청사에 도착했다. 박 전 대통령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곧바로 계단을 오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30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중앙지법 청사에 도착했다. 박 전 대통령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곧바로 계단을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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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입을 굳게 다문 채 아무런 발언 없이 중앙지법 청사로 들어갔다. 박 전 대통령은 불과 20일 만에 현직 대통령 신분에서 구속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박 전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첫 전직 대통령이라는 불명예와 함께 구속 위기까지 몰리게 된 데는 본인이 자초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는 순간마다 국민이 원하는 발언 보다는 본인이 말하고 싶어 하는 것만 내놔 실망이 커졌고,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구속 직전의 상황까지 야기됐다는 것이다.
지난 10일 헌재 파면 결정 이후 박 전 대통령의 대응양상을 보면 이 같은 견해는 설득력을 얻는다. 당장 박 전 대통령은 이날 법원에 출석하면서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예상됐던 일이라는 반응이 많지만 조기대선을 치러야 하고 국론이 분열되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로서 책임있는 발언을 내놨어야 했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헌재의 파면 결정 이후 지금까지 두 차례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국론통합을 요구하는 국민 기대에는 못 미쳤다. 지난 12일 서울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왔을 당시에는 본인의 육성이 아닌 전 청와대 대변인인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을 통해 4문장의 짧은 소감만을 밝혔다. 사회분열에 대한 책임 보다는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며 헌재 결정에 대한 불만과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는 쪽에 방점을 찍었다.

또 21일 검찰 조사를 위해 서울 중앙지검 청사에 모습을 드러낼 때는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고 직접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별도 언급이 있을 것"이라는 변호인단의 예고가 무색할 정도로 짤막한 소감이어서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출석을 지켜본 국민들을 허탈하게 했다.
박 전 대통령의 현실에 대한 잘못된 상황 인식이 결국 정권까지 막을 내리게 했음에도 별다른 자세 변화가 없다는 것이 문제라 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이 같은 상황 오판은 근본적으로 소통부재에서 비롯됐다. 헌재의 파면 결정을 접한 후 참모진들에게 "진짜냐"고 물어봤다는 후문이 설득력을 얻는 것도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평소 박 전 대통령의 소통방식을 감안할 때 충분히 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소통부재에 따른 상황 오판은 재임 시절 검찰과 특검의 대면조사 요청을 거부한 원인이기도 하다. 현직 대통령은 헌법상 불소추 특권과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를 모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직 신분 보다 유리하다.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직후인 지난해 11월 초 대국민담화에서 "필요하다면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 수용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대면조사를 요청했을 때는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변호인으로 선임된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변론 준비와 특별검사팀 출범 등을 거부 이유로 내세웠지만 사실상 피의자로 지목한데 대한 항의로 거부한 것이다.

특검이 활동하던 지난달 9일에도 대면조사를 받기로 했지만 사전에 언론 보도가 됐다는 이유로 또 다시 거부했다. 청와대는 그 이후 "특검이 언론플레이를 한다"면서 "대통령께서 조사받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여러 차례 약속을 어긴 이미지만 부각되면서 여론의 반응은 싸늘했다.

결국 이 같은 상황 오판은 헌재가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하게 된 주요 이유가 됐다. 이정미 당시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탄핵사유에서 "피청구인(박 전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진상 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했으나 정작 검찰과 특별검사의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도 거부했다"며 "피청구인의 일련의 언행을 보면 법 위배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헌법수호의지가 드러나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론분열 양상은 여전하다. 박 전 대통령이 출석하는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 인근에는 지지자들이 집결했다. 구속 여부가 결정되는 31일 새벽까지 집회가 이어질 전망이다.

대통령으로 모셨던 청와대 참모진도 이날 한광옥 비서실장 주재로 회의를 마쳤으며 구속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자리를 지킬 것으로 전해졌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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