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단단한 기반 위에 새긴 ‘새로운 경향’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성곡미술관은 2017년 첫 전시로 독일국제교류처, 주한독일문화원과 공동으로 주최하는 독일현대사진전 ‘프레젠테이션/리프레젠테이션’을 오는 17일부터 5월 28일까지 연다.
이번 전시는 1990년 통일된 독일 이후 활발히 활동 중인 독일 현대미술작가들의 최근 경향을 살핀다. 참여 작가들은 ‘뒤셀도르프 예술아카데미(Dusseldorf Art Academy)’의 베른트 베혀 교수의 제자들인 안드레아스 구르스키, 토마스 슈트루트, 칸디다 회퍼 등과 같은 그 뒤를 잇는 세대들이다. 베혀의 제자들은 현재까지도 세계 미술시장을 주도하며 예술사진에 대한 대중의 인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수균 학예연구실장은 “80~90년대 뒤셸도르프 사진학파는 고유명사일 정도로 매우 굳어진 학파이자 경향성이다. 굉장히 거대한 사이즈의 작품을 제작하고, 한 대상의 형태에 집중하며 작가의 감수성을 완전히 배제한다. 다큐멘터리 경향이 짙고, 빛과 어둠의 대조를 최소화한다”고 했다.
이전 세대와 마찬가지로 작가들은 특정한 모티브를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비교 분석하는 ‘다큐멘터리적 언어’를 구사한다. 하지만 개개인의 표현 방식과 예술적 전략을 통해 창작의 매체로써 사진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이후 세대들은 소소한 개인의 일상과 감수성에 좀 더 관심을 가지며 이러한 경향에서 벗어나려 한다.
전시 제목이 ‘프레젠테이션(presentation·제시)/리프레젠테이션(representation·재현)’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근본적으로 사진은 기술 위에 놓인 작업이다. 하지만 전시는 기록을 통한 사진의 ‘제시’와 ‘재현’의 기능, 그 이상을 추구한다. 그 너머에 전혀 다른 독립된 이미지로서의 기록, 기록을 통한 예술로서의 ‘재제시’를 목적으로 한다.
전시된 사진은 여타 나라들의 작가들보다 다소 무겁고 진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수균 실장은 “대부분 독일 이미지들이 단단하고 냉정하며, 차가운 면이 있다. 최근 많은 경향성을 띤 이미지들이 있지만,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독일 특유의 감수성을 지녔다”고 했다.
독일과 한국은 비슷한 역사를 가진다. 조국 분단의 아픔, 제국주의를 경험한 국민, 산업화 과정 등으로 부와 함께 상실을 경험했다. 이를 먼저 겪은 독일을 통해 한국의 근현대사와 향후 미래까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수균 실장은 “우리나라와의 연관성을 의도하려고 전시가 열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통일 독일 이후 첫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는 크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전시의 참여 작가들은 컬러사진, 대형출력, 디지털이미지 등 다양한 기술을 통해 과거 화가의 영역이었던 자유로운 이미지 구성은 물론 새로운 형식의 이미지들을 창조해 낸다. 2000년대 전후 독일 현지에서 프린트한 대형, 소형 사진들 총 170점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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