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R&D 예산은 교수·연구원들 쌈짓돈…횡령 등 167건 적발
[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A대학교 산학협력단 교수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국가 연구개발(R&D) 과제를 수행하면서 학생 25명의 인건비 통장을 직접 관리하며, 해외연수비용과 개인카드 결제대금 등으로 사용했다. 이 교수는 1억3062만원을 유용해 수사를 받고 있다. B연구원의 책임연구원은 2015년 예산 7억7000만원을 지원받아 기술개발 연구를 추진하면서, 연구사업 관련 미국 출장을 가면서 17박19일 가운데 2일만 연구활동을 하고 나머지 기간은 라스베가스 등 관광을 하며 617만원을 썼다.
국무조정실 부패척결추진단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국가R&D 예산 5000억원 이상인 7개 부처의 34개 주요 사업을 대상으로 표본점검을 실시한 결과, 167건(부당사용액 203억원)의 위반사항을 적발했다고 7일 밝혔다.
대학 산학협력단 77건(46.1%)으로 가장 많았고, 중앙부처·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47건(28.1%), 민간기업 43건(25.8%)으로 나타났다. 횡령·유용 등 중대한 비위는 21건으로, 이 가운데 민간기업에서 15건이 적발됐다.
주요 사례들을 보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기관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예산 229억원을 지원하는 특수목적기계 등 개발과제 주관기관에 C대학 컨소시엄이 선정되고 민간기업 D연구원은 탈락했다. 산업부 공무원 출신인 D연구원 원장은 산업부 R&D 사업 담당자에게 여러 차례 사업에 참여하게 해 달라고 청탁을 했고, 담당 공무원은 산업기술평가관리원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 D연구원이 C대학 컨소시엄에 추가로 참여시켰다. D연구원은 5년간 29억원을 지원받게 됐다. D연구원 원장은 또 경조사비 명목으로 매달 200만~250만원을 현금으로 받아 9668만원을 사적으로 사용했고, 골프 비용은 물론 화환구입비, 대리운전비까지 사업비로 부당하게 썼다.
E대학교 산학협력단 교수는 정부 과제 2건을 수행하면서 같은 재료 구입 명세서 등 증빙서류를 첨부해 제출했다. F대학교 교수는 월례회의 등 연구와 관련 없는 회의를 개최하고 회의비로 참여연구원의 평일 점심비용으로 사용하는 등 51회에 걸쳐 1480만원을 집행했다.
G연구원의 책임연구원은 민간기업과 임의로 계약을 체결해 소속기관이 보유한 기술을 불법으로 이전하고, 그 대가로 53회에 걸쳐 3억1610만원과 회사 주식 1300주를 받았다. 소속기관 모르게 개인적으로 기술자문을 해주고 2억4746만원을 수수하기도 했다. 납품업체로부터 물품을 받아 회계부서의 검수와 대금지급이 끝나면 물품을 되돌려주고 차액을 수수하는 방식으로 1978만원을 빼돌렸다.
H기업은 해외 수출용 콘텐츠 개발 과제를 수행하면서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연구원 5명을 참여인력으로 허위 등록한 뒤, 이들의 인건비 등을 회사 운영자금으로 사용했다. I기업은 파이프 국산화 기술을 개발하면서 계획된 재료량보다 부풀려 베어링류를 구입한 후 연구과제와 무관한 용도로 사용하는 등 3200만원을 횡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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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R&D 예산 부당사용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범부처 연구비 집행 통합모니터링시스템을 만들고, 부처간 협업을 통한 허위 전자세금계산서 적발 시스템 구축 등 제도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백일현 부패척결추진단 공직팀장은 "이번 점검에서 적발된 위반사항을 해당 기관에 통보해 규정에 따라 엄중 조치할 것"이라며 "제도 개선과 함께 국가R&D 참여 연구원들이 청렴서약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등 연구 참여자들의 윤리의식을 높이는 노력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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