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눈]안희정님, '선한 의지' 논란 잠재울 비책 있어요~
몰이해 속상하다? '어깃장 놓는 국민의 선한 의지'에서 바라보길…
(본 기사는 가상인물의 '편한 대화' 형식으로 작성돼 존칭을 생략했음을 알립니다.)
'통섭'은 무슨 뜻이에요
-어제 JTBC 뉴스룸 봤어? 안희정 지사 나오는 거. 페친들도 "안희정 아는체 하다가 손석희한테 혼났다"는 반응이야. 안 지사 말이 좀 어렵더라. 계속 통섭 어쩌고 하던데…. 통섭이란 게 뭐야.
▲'거대한 줄기'라고나 할까. 이 방법을 쓰든 저 방법을 쓰든 같은 결론이 나온다고 가정한다면, 여러 학문 분야에서 같은 주제에 대해 연구할 수도 있지 않겠냐는 말이야. 암을 치료하는데 예전에는 무슨 약품을 쓰고 무슨 수술을 해서 낫게 할지만 생각했잖아. 그게 20세기 이전에 똑똑한 사람들이 썼던 연구 방법이지. 그런데 음악이나 미술 활동을 통해서 스트레스를 줄인다면 암 치료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잖아? 암 치료라는 최종 목표를 향해가는 과정을 큰 줄기로 봤을때 음악이나 미술도 함께 연구할 분야로 보는거야. 어려운 말로 '통섭의 귀납적 결론'을 얻기 위한 시도라고 하겠지.
-이거 저거 다 뭉쳐놓는 '융합'이란 것과 비슷한 건가?
▲그렇게 헷갈리는 사람도 있는데 엄밀히 말해 통섭과 융합은 다른 말이야. 융합으로 이끄는 방식 중 하나가 통섭이라고 할 수 있겠지. 그런데 통섭은 학문마다의 개성과 결론을 내는 방식을 존중하는데서 시작하는 거거든. 작은 조각이 전체모양과 비슷한 기하학적 모양을 하고 있다는 '프랙털(fractal) 이론' 알지? 이게 수학 이론에 그칠 수도 있지만 생물학이나 광물학 연구가 가세하기도 해. 식물의 돌돌 말린 줄기끝 모양이나 돌 표면의 기이한 패턴에서 숫자와 공식만으로는 해결 안되는 수학적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지 않겠어. 그러니 뭉뚱그려 놓는다고 통섭이 아니라 각 학문의 개별적인 특성을 잘 이해해야만 하는 거지. 안희정 지사는 문제의 강연에서 "20세기 지성사는 해부하고 분석하고 비판적 사고를 지니는 것. 남을 의심하는 능력을 키우는 게 지성일 수 있겠느냐"라고 했다지. 암 치료하는데 약과 수술만 필요하다, 음악·미술은 절대 치료수단이 될 수 없다는 식으로 의심하거나 비난하지 말고 통섭적 관점으로 두루두루 잘 살펴보자는 거야.
-안 지사의 '선한 의지' 발언으로 돌아가서…. 그 양반이 반복해서 말하는 키워드, 즉 '선한 의지'와 정치인으로서의 신념, 통섭적 관점을 어떻게 연결 시켜야 돼?
▲정치가 뭐겠어. 국민이 잘 살게 만드는 거잖아. 첫째, 모든 정치인은 선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두번째, 그러니 각자가 국민이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다각도로 연구한다. 이 두가지가 기본전제야. 박근혜나 이명박이나 정치인으로서 국민이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는 점은 같다는 걸 일단 인정하자는 거야. 무조건 얍삽한 사람이라고 비난하면서 대화를 시작하기도 전에 선을 그어버리면 안 된다는 거임. 하지만 정책 추진을 할 때 불법적인 수단을 사용했다면 그건 잘못이다라는 거야. 안지사가 보수세력과의 대연정을 제안하는 것도 이와 비슷한 논리로 이해할 수 있지. 여당이나 야당이나 정치인들이 국민을 위한 선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전제하에 함께 하자는 거니까.
-'흑묘백묘론' 같은건가. 고양이가 흰색이든 검은색이든 쥐만 잘 잡으면 장땡이라고 생각하는 거.
▲조금 달라. 안희정이 정당정치를 고집하고, 손학규한테 "어떻게 해마다 동지가 바뀌냐"고 비난하면서도 한편으론 여권과의 대연정을 제안한 건 말이야. 이익집단간에 어떤 사안에 대한 시각차이가 분명히 있으며 자신은 합리적인 방법을 택하고 추진할 자신이 있다는 걸 전제하고 하는 소리야. 자기에겐 확실히 흰고양이가 쥐를 잘 잡는다는 생각이 있고, 그와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데, 그래도 일단은 검은고양이가 쥐를 잘 잡는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잘 들어보겠다는 거지. 안 그러면 정작 잡아야할 쥐는 못 잡고 서로 파가 갈려서 싸우기만 할 뿐 발전적이지 못하다는 거야.
잘못된 예시였단 걸 인정하고 사과했더라면…
-대학생들에게 학문을 배우는 방법론으로서 통섭의 중요성을 말하려다가 왜 예민한 정치 이슈 이야기를 사례로 꺼냈을까 싶어. 손 앵커가 말한대로 "하필이면 이럴 때"에 그런 사례를 든 건 분명 잘못이야.
▲ '넌씨눈(넌 XX 눈치도 없냐라는 의미의 인터넷 신조어)' 식이었다는 네티즌 의견이 많아. 그 잘못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으니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게 되고, 오해를 사고, 해명을 위한 해명을 하는 듯해.
안희정 입장은 "문제를 일으킨 상대방과 발전적 대화를 하기 위해 우선 상대방 입장에 서보자"는 이야기야. 그렇다고 흉악한 강간범 때문에 전 국민이 분노할 때 "피해자를 사랑해서 그랬구나"라는 식으로 범인의 입장을 이해해보자고 하면 좋아할까? 강연 당시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조롱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해도 절대 좋은 타이밍은 아니었던 것 같아.
-그런데 정치인들에게 통섭적 사고라는 게 좀 위험할 수도 있지 않을까? 박정희 전 대통령도 "내 일생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라고 하고, 북한의 김일성도 "이밥에 고깃국" 운운했지만 결과적으론 그런 선한 의지가 십분 발휘된 건 아니잖아.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도 정도껏이지.
▲손석희가 "모든 이들이 '정치인의 선한 의지'를 믿길 바라나?"라는 식의 질문을 던졌잖아. 그랬더니 안희정이 "그 사람이 주장하는 바대로 이해를 해보자. 그래야 대화를 더 잘할 수 있고 문제를 수정하는데 더 지름길이다라는 얘기가 그렇게 어렵습니까?"라고 했어. 어쩐지 동문서답같기도 하니 보충을 해볼게.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선한의도를 가지고 있고 그게 옳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상대방의 주장을 들어보고 타협이나 설득을 해보자는 얘기죠"라는 말을 안지사 답변 앞에 넣어야겠지.
안 지사는 뉴스룸 인터뷰에서 "지방정부 이끌면서 자기한테 어깃장을 놓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 사람 감정과 말 자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때에만 대화가 된다는 경험을 많이 했다"고 했어. "그것이 우리가 지향할 민주주의 새 정치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어떠한 주장이라도 그 '진실성'을 의심할 게 아니라 그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는구나하고 일단 받아들이는 것이 대화의 출발점"이라고도 했고.
그 원칙이라는 게 빈틈이 있어. '선한의지'가 나중에 그릇된 행위의 변명거리가 될 수도 있다는 거야. "잘 해보려고 한 건데"라는 의도를 이해하려는 순간 판단에 장애가 오게 돼. 산을 무너뜨리고 그 자리에 아파트를 짓겠다는 건설업자가 있다고 치자. 이 업자에겐 주택을 건설해 국민들이 편안히 쉴 곳을 마련하겠다는 '선한 의지'가 있어. 하지만 그 해법이 환경오염을 일으키니 잘못됐다고 할 수 있겠지. 그러니 이 건설업자가 기존에 해왔던 일들이나 자기 이권 챙기려고 나쁜 맘을 먹고 있진 않은지 종합적인 분석, 비판을 해야 되는거야.
안지사는 "정치를 오래하면서 깨달은 게 그 누구의 주장이라도 긍정적으로 대하는 게 문제의 본질에 들어가기가 훨씬 빠르다라는 경험을 했기 때문에 그렇다"고 했지. 하지만 암 치료에 수술이나 약이 아닌 음악, 미술을 치료수단으로 쓰는 통섭적 사고를 하려면 우선 굉장히 면밀한 분석, 비판을 거쳐야 해. 통섭적 사고를 한다고 해서 아무 사이비 학문이나 갖다 쓸 수 없으니까. 면밀한 비판과 검증을 거쳐 통섭의 결과물이 나오는거야. 그런데 통섭적 사고가 '비판&검증'과 대척점에 서 있다고 하니 사람들이 좀 혼란스러운듯.
분노하는 국민의 입장에 서 보시면 답이 보여요
-안지사는 만약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자신의 정책에 대한 비난을 감수하겠다고 말했거든. 이는 대다수가 반대해도 꿋꿋이 정책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말을 의미하는걸까. 설마 아니겠지? 여하튼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선한 의지'에 속고 또 속아 신물이 넘어오는 지경에 이르렀어.
▲안 지사가 오늘 "국정 농단에 연루된 박근혜 대통령의 예를 든 것은 많은 국민께 이해를 구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사과한 건 잘한 일이야. 벌써 논란이 된지 이틀이나 지나서 좀 늦은 감이 있지만…. 그러나 취재진 앞에서 사과 한마디했다고 끝이라고 생각해선 안돼. 국민과의 진솔한 대화로 이번 사태를 풀어가는게 필요해. 그 김에 자신의 통섭 정치학을 대중들에게 쉽게 설명하는 기회도 가지고 말야.
안 지사는 자기 원칙을 '가르치려' 들지 말고, 국민이 왜 '선한 의지' 드립에 어깃장을 놓는지 국민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대화를 시도해야 하지 않을까. 그게 본인의 방식이라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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