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국인 홀대받던 명동, 中 깃발부대 빠지며 '침울'
면세점은 아직 무풍지대…평년수준 성장세 기록
젊은 중국인들 사드 잘 몰라 "한국 드라마도 여전히 즐긴다"

12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중국대사관 앞 환전소 골목. 중국인 관광객들이 크게 줄어 한산한 모습이다.

12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중국대사관 앞 환전소 골목. 중국인 관광객들이 크게 줄어 한산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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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통부] 떠밀려오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요우커)을 맞이하느라 내국인들은 오히려 찬밥신세였던 명동 상권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영향 이후 직격탄을 맞고 있다. 화장품 로드숍에서 마스크팩 등을 박스째 쓸어담고, 노점상에서 먹거리를 즐긴 후에는 관광버스에 우르르 몰려 타 호텔 로비 앞에서 줄지어 내리던 중국인 '깃발부대'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요우커를 상대로 매출을 올렸던 화장품과 호텔, 노점상들은 눈에 띄게 감소한 매출에 울상 짓고 있다. 중국인 개별여행객(싼커)이 빈 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추세라고는 하지만, 이들의 관광 경향은 쇼핑 일색인 명동 상권보다 맛집탐방, 전통문화 경험 등 체험형 위주이기 때문에 기존 요우커들이 일으켰던 매출을 100% 보전하지는 못한다는 게 업계 평가다.

서울 명동 거리.

서울 명동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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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천국 명동, 사드 직격탄 맞나= 12일 'K뷰티 집성촌'인 명동 거리에 위치한 20여개의 화장품 브랜드숍은 요우커 수보다 판매직원이 더 많았다. 더페이스샵 매장은 일 평균 200만원가량이던 매출이 1월부터 30%씩 감소하고 있고 인근의 토니모리 매장도 매출이 3분의1로 떨어졌다. 매장 관계자는 "과거에는 일주일이면 나오던 한국행 비자가 최근에는 한 달이 넘게 걸려 요우커들이 비자 발급을 기다리다 다른 국가로 발길을 돌리는 추세"라며 "매출이 계속 줄고 있어 일자리마저 없어질까 걱정"이라고 한숨 쉬었다.

요우커가 사라지자 대량 구매 고객을 일컫는 '캐리어 부대'도 없어졌다. 이니스프리 명동점 입구 앞에는 캐리어 3개가 놓여있었다. 4층에 마련된 캐리어 보관함에는 물품이 담긴 칸은 3개에 불과했다. 스킨푸드 매장에는 팔리지 않는 마스크팩 박스 50개가 성인 남성 키 높이만큼 쌓여있었다.


명동 노점상에서 핫바, 계란빵, 철판볶음 등을 사먹던 요우커의 모습도 크게 줄었다. 삼삼오오 떼 지어 다니며 한 손에는 어묵꼬치, 한 손에는 여행가방을 끌며 노점상인들과 가격흥정을 하는 요우커들로 명동거리는 항상 왁자지껄했지만 사드 이후에는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이날 270여곳에 이르는 노점 중 손님들로 장사진을 이루거나 북적이는 곳은 하나도 없었다. 그나마 160곳 정도인 음식 노점만 이익을 내지 여타 업종은 그냥 놀 순 없으니 장사하러 나오는 수준이라고 한 노점 상인은 귀띔했다. 옷, 모자ㆍ목도리, 양말, 액세서리 등의 노점은 개점휴업 상태고 먹거리를 파는 노점도 가리비ㆍ바닷가재 구이, 소고기 스테이크 등 이색 음식이 아니고선 손님 눈길 붙잡기도 어려웠다.

12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이니스프리 명동점 1층 모습.

12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이니스프리 명동점 1층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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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업계는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 관광) 여행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사드 영향으로 이번 중국 춘절(春節ㆍ1월27일~2월2일) 기간 한국을 찾은 중국인 단체관광 고객이 1년 전보다 20~50%씩 줄었다고 토로했다.


반면 싼커는 소폭씩 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싼커 증가 영향에 중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비 4% 늘어난 14만명 내외인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명동은 싼커 증가세보다 요우커 감소세에 따른 타격이 더 큰 상황이다. 싼커들은 단체관광 단골 여행지보다 개인 취향 따라 행선지를 정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때 넘쳐나는 요우커를 흡수하기 위해 우후죽순 생겨났던 명동의 호텔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중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우후죽순 생겨난 비지니스 호텔들도 울상이다. '호텔'을 검색하면 서울 중구에만 1만3642건이 나온다. 그러나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면서 객실 점유율은 감소 추세다. 롯데호텔은 40%였던 중국인 관광객 비중이 30%대로 줄었고 세종호텔은 36%에서 33%로 소폭 떨어졌다. 단체 여행객들이 빠진 자리에 싼커들이 채우고 있다고는 하지만, 기존 중국인들의 비중을 100% 채우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명동의 한 4성급 호텔 담당자는 "지난해 3월 기준 중국인 비중은 20%였지만 12월에는 16%로 4%포인트 감소했다"면서 "지금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로비에 줄지어서 체크인을 했던 모습을 보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명동이 속한 서울 중구 내 호텔들의 평균 객실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 60%라는 게 업계 관계자 설명이다. 이렇다보니 객실 할인율은 점점 커지고 있다. 객실 330여개를 보유한 4성급의 한 호텔은 1박 요금이 6만9750원까지 내려갔고 지은 지 3~4년밖에 되지 않은 한 비즈니스호텔은 16만원짜리 객실을 8만원대에 내놓기도 했다. 중구의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예전에는 거리에 단체 관광객을 실은 버스가 4~5대씩 길게 줄지어 서있었지만 지금은 확실히 많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특급호텔은 요우커 자리에 싼커가 어느정도 채우고 있지만 중저가 관광호텔들은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면세점 소공점 루이뷔통 매장. 직원들이 몰린 고객을 응대하고 있다.

롯데면세점 소공점 루이뷔통 매장. 직원들이 몰린 고객을 응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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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은 무풍지대?…2·3명으로 쪼개진 中쇼핑족= "스무명씩 깃발을 들고 오는 단체 관광객은 거의 대부분이 사라졌다고 봐야죠. 체감상 90%는 줄어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단체가 2, 3명 단위로 쪼개져 개인관광객 형태로 입국하고 있다는 점만 다를 뿐 업황은 비슷해요."

중국 인바운드 여행사를 통해 5년째 한국 여행 가이드 일을 하고 있다는 중국인 츠지엔지씨(43세, 남)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이슈에 따른 한국 면세점 쇼핑 수요 변화를 묻자 "크게 달라진 것을 못 느낀다"고 말했다. 중국국가여유국의 직간접적인 통제로 20명 이상의 단체 여행객의 입국길이 막히는 일이 이따금 발생했지만, 사실상 5인 이하 단위로 쪼개어 입국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설명이다.


사드 배치 문제로 한중 관계가 경색되고 관련 유통 시장이 얼어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가장 우려가 컸던 면세점 업계는 현재까지 영향권에 진입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전년 대비 두자릿수 매출성장세를 보이며 중국인 맞이에 분주한 분위기다. 다만 수십명씩 깃발을 들고 몰려들어 매장을 꽉 채우거나, 한꺼번에 수백개씩 제품을 쓸어담던 과거 풍경은 사라졌다. 단체관광객(요우커)에서 개별관광객(싼커)으로 시장 중심이 완전히 옮겨가는 추세다.


지난 12일 찾은 명동 롯데면세점 본점(소공점)의 분위기도 츠지엔지씨의 설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최근 10층 루이뷔통 매장 건너편, 에스컬레이터 앞 명당 자리에 오픈한 인기 선글라스 브랜드 '젠틀몬스터' 매장에는 100여명에 가까운 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려있었다. 다소 좁은 매장에 다 들어가지 못한 이들은 복도 너머까지 길게 줄을 늘어선 채 입장을 기다렸다.

롯데면세점 소공점 젠틀몬스터 매장 앞. 매장 규모가 작아 입장하지 못한 고객들이 복도로 길게 줄을 서 있고, 매장은 계산하려는 중국인관광객 등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

롯데면세점 소공점 젠틀몬스터 매장 앞. 매장 규모가 작아 입장하지 못한 고객들이 복도로 길게 줄을 서 있고, 매장은 계산하려는 중국인관광객 등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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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관광객 위메이(23세, 여)씨는 사드 문제로 한중 관계가 갈등을 겪고 있다는 점이 여행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들어본 적은 있는 것 같은데 (사드가) 정확히 무슨 내용인지 모른다"면서 "단순히 쇼핑하고 관광하러 온 것이기 때문에 정치 문제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드에 대해 아예 모르는 젊은 관광객들도 있었다. 사드의 의미를 되묻는 동밍(24세, 남)씨에게 기자가 중국어 표기(薩德, 싸더)를 적어 휴대폰으로 보여줬지만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한국 드라마 시청을 제한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중국에서 그런일은 없었다. 인터넷 상에서 여전히 자주 즐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출에서도 타격은 감지되지 않는다. 롯데면세점의 전점 매출은 올해 1월 한 달 간 전년 대비 23% 늘었다.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인 화장품의 경우 같은 기간 소공점에서만 작년보다 30% 이상 더 팔렸다. 나머지 시계, 핸드백 등 잡화를 포함한 다양한 카테고리에서도 매출은 20%대 성장세를 기록했다. 평년 수준의 성장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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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중국 지방정부(시안ㆍ西安 등)의 1일 1쇼핑 제한도 현장에는 도달하지 않은 상태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우려는 존재하지만, 여전히 현장에 쇼핑 횟수제한 지침은 전혀 없었다"면서 "우르르 몰려다니는 관광객이 줄어들고, 중국인들의 옷차림새나 관광매너가 내국인과 구분하기 어려워지면서 관광객이 급감하고 있다고 보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실제 지난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전년 대비 34.8% 증가한 806만명을 기록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에 따른 기저효과도 있지만, 절대 수치로만 봐도 일본행 중국인관광객(637만명) 보다 많다. 사드 문제가 부각되기 시작했던 작년 10월과 11월 주춤했지만, 12월에는 곧바로 회복하며 평년 수준을 웃돌았다.


유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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