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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포럼]변화무쌍해서 매력적인 '뇌'의 연구

최종수정 2016.12.14 11:03 기사입력 2016.12.1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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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훈 교수

류 훈 교수

 인간의 뇌가 지구상에서 구상하고 실현해 낸 결과물들은 실로 엄청나다. 바다를 건너고, 하늘을 날며, 우주를 탐험하고, 다양한 형태의 예술활동의 영위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뇌 기능은 수많은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뇌는 만족을 모르는 것 같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있고, 놀라운 결과물들을 생산해내고 있다. 과연 우리가 지닌 뇌 기능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 '인류 최후의 미지의 영역'이라 부르는 인간의 뇌를 탐구하기 위한 과학자들의 발자취를 더듬어 본다.

 뇌를 별개의 생체기관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1875년에 리챠드 카톤(Richard Caton)이 검류계(Galvanometer, 檢流計)를 사용하여 동물의 뇌에서 전류를 검출하면서부터였다고 알려져 있다. 19세기 말에는 뇌를 해부하여 그 기본구조에 대한 지식을 넓히기 시작하였으며, 특별한 염색법으로 뇌조직을 구성하는 신경세포(Neuron)를 구분해내는 기초연구와 더불어 20세기 초에는 신경세포의 기본적인 기능 연구가 시작되었다. 이윽고 21세기가 되어서야 비로소 비신경세포(Glia)의 기능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뇌에 대한 호기심이 발전하여 뇌과학(Brain Science)이라는 통합된 학문의 영역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불과 지난 수십 년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최초의 뇌 연구가 시작된 이래 연구자들은 뇌의 기능과 작용, 그리고 행동에 관한 연구에 열정을 바쳐 괄목할만한 성과들을 이루었다. 러시아의 생리학자인 이안 파블로프(Ian Pavlov)는 1904년 흔히 알려진 '파블로프의 개' 실험을 통해 조건반사 작용이 뇌의 학습을 통하여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밝혔다. 또한 이 시기에는 뇌신경계 구조에 관한 현대적 개념이 정립되었는데, 새로운 염색법을 사용해 신경세포의 세포체와 돌기 하나하나를 똑똑히 관찰할 수 있게 하는 한편, 신경세포가 뇌의 가장 기본적인 구성 요소임을 밝혀냈다.
[사이언스포럼]변화무쌍해서 매력적인 '뇌'의 연구

 1930년대 들어 영국의 의사 찰스 쉐링턴(Charles S. Sherrington) 박사는 신경세포의 기능에 관한 연구 중 신경세포 사이의 공간을 시냅스(Synapse)라 명명하였고, 이후 1970년대에는 뇌의 구조를 이미지로 관찰할 수 있는 X-ray Computed Tomography(CT)가 개발되었다. 뇌의 좌우 반구가 서로 다른 기능을 한다는 사실은 1980년대 들어 미국의 로저 스페리(Roger W. Sperry) 박사에 의해 밝혀졌고, 2000년대 이후로는 신경세포의 기억저장의 생리적 기전, 뇌 안에서 공간인지 시스템을 구성하는 장소세포에 관한 연구들이 진행되어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뇌의 기능과 작용, 그리고 행동에 관한 연구와 함께 최근 뇌과학에서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분야는 뇌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현상들을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영상장비 개발과 분석방법 개선이다. 영상 장비들은 사람의 감정이 변할 때마다 뇌의 어느 부위가 관여 또는 작용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하여 기초연구뿐만 아니라 병원에서 뇌질환 환자의 진단 등에 임상적으로 실용화되어 사용되고 있다.

 뇌의 기능 중 가장 흥미로운 사실은 바로 뇌가 '가소성(Plasticity: 可塑性)'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뇌가 환경으로부터 오감을 통해 얻어지는 정보를 받아들이고 분석할 뿐만 아니라 그에 맞게 신경망을 재구축하고 변화해 간다는 것이다. 뇌의 발달과 분화는 유전자 설계도에 따라 조절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뇌가 청사진에 그려진 대로만 만들어지고 작동하는 기관이 아니라는 것이다. 뇌는 우리가 속한 환경으로부터 다양한 신호를 접하고 이에 우리를 적응하게끔 후성유전학적인 반응을 통하여 구조 및 기능을 바꾸어가는 상당히 유연한 생체시스템이다. 변화무쌍한 자연환경 속에서 개체가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 이러한 뇌의 가소성은 꼭 필요한 것인데, 뇌의 부위마다 각각의 기능이 세분화되어 있으며 가소성 또한 신경세포의 종류에 따라서 특징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뇌 연구가 단순하지 않은 이유인 동시에 수많은 연구자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이기도 하다.
 뇌 과학자의 한 사람으로 연구가 진행될수록 뇌 연구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 그만큼 단기간의 성과가 아닌 긴 호흡으로 지원이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는 미지의 세계에 도전하는 신세대 연구자들이 연구에 대한 열정과 희망을 샘솟게 할 것이고, 이것이 우리가 뇌의 비밀을 풀어나가는 먼 길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류 훈 KIST 뇌과학연구소 겸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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