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집안일 할 '남자 집사람'이 부족한 탓"
'아내 가뭄'을 읽은 여성 독자들이라면 안도의 숨을 내쉴 지도 모르겠다. 직장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는 여자들의 피곤함이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세계 어디를 가나 여성은 남성보다 집안일을 더 많이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전체의 평균(2014년 기준)을 냈을 때 남자는 하루 2시간 21분, 여자는 4시간 33분간 집안일을 한다. 거의 두 배다. 우리나라 상황이 더 심각하긴 하다. 통계청 조사(2014년)에 따르면 여성은 하루 평균 3시간 28분을, 남성은 47분을 집안일을 하는데 쓴다. 왜 여성 위인은 나오지 않는가, 왜 기업 임원 혹은 정부 고위 관료 중에 여성의 수가 적은가. 이 모든 문제의 해답은 이 같은 가사 노동 불평등에서 찾을 수 있다.
책의 제목이 '아내 가뭄(The Wife Drought)'인 것도 이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아내'는 특별한 국가적 자원인데, '아내 이용권'은 오직 남자들에게만 있다. 여성들의 사회진출은 갈수록 늘고 있지만 여성 리더들이 드문 이유도 '아내 가뭄' 현상 때문이다. "고위직에 오른 여성이 부족하다기보다는 고위직 진출을 도와줄 사람, 즉 '아내'가 집안에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직장맘들을 돕겠다는 공약을 내건 토니 애벗(59) 호주 총리조차 정작 자신의 내각에는 여성 관료를 한 명만 임명했다. 애너벨이 시사 프로그램을 찍기 위해 10주 정도 된 막내딸의 기저귀를 총리의 서재와 통상부 장관의 침실에서 갈고, 다른 상원의원에게 아기를 안아달라고 했다는 에피소드는 웃음이 나면서도 눈물겹다.
저자는 '가사 노동의 세계에 진입하는 남성의 수를 어떻게 하면 늘릴 수 있을까'에 주목한다. 우선 남성이 육아에 서툴고, 가사에 문외한인 상황을 당연한 것으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더구나 아이가 생기면 엄마들의 76%는 기존의 직장 생활 패턴을 바꾸는데 비해 아빠들은 첫 아이 출생 후 주당 근무시간이 네 시간 늘었다. 우리 사회가 남성들에게 가사 노동을 권하지 않는 사이, 남성들은 육아를 하며 탄력 근무를 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과 기회를 놓치게 된다. 남성을 일터 밖으로 끌어내야 '아내 가뭄'이 해소된다. 당장 남성들의 육아휴직을 의무화하고, 이에 따른 불이익이 없도록 제도화하는 문제가 시급하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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