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전국노동위원회·한국노총 전국연합노동조합연맹 주최로 국회 환경미화원 직접고용 환영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우원식 의원은 "지난 3일 새벽 국회에서 내년 예산안이 통과되면서, 수년 동안 노력해왔던 국회 청소노동자들의 직접 고용이 결론을 맺게 되어 이제 (이 분들이) 국회 직원이 되었음을 보고드린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그동안의 경과를 소개하면서 "국회 청소노동자는 원래 (파견용역직이 아닌) 국회 직원이었는데, 1981년 정부가 효율을 강조하면서 용역 노동자로 바뀌었다"면서 "국회는 박희태 전 국회의장 때부터 직접 고용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새누리당과 정부가 반대해 바꾸지 못하다 이제서야 바꿀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청소노동자의 고용형태 전환을 두고서 정부와 야당 의원들 간의 생각의 차이는 현격했다. 실제 올해 예산안 부대의견 가운데는 "청소용역근로자 고용형태 전환을 국회에 한하여 예산범위 내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하되, 향후에도 공통처우개선율 범위 내에서 운영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국회의 고용형태 전환 사례는 극히 제한적인 사례로, 다른 공공부문으로 확대로 해석할 수 없다는 뜻을 강력하게 밝힌 것이다. 정부는 이를 문서화 할 정도로 국회의 사례를 선례로 다른 부문으로 확산되는 것을 극히 경계했다.
하지만 우 의원은 "앞으로 국회를 넘어 공공부문, 민간부문으로 넘어가는 첫 번째 단추를 끼웠다"고 말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여타의 용역형태의 공공부문 역시 달라질 수 있는 변화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회 청소노동자 문제는 최근 4년간 예산심사 시즌마다 쟁점이었다. 2013년에는 야당 의원들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12월 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철야농성에 나서기도 했다. 오늘의 변화를 이끌었던 것은 이 문제에 지속적인 의지를 보이며 국회 청소노동자들과 함께 있어 준 야당의원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2013년 12월27일 오전. 이 문제를 위해 애쓰는 야당 의원들을 지켜본 적이 있다. 설훈 민주당 의원과 우 의원이었다. 영하 8도, 칼바람이 몰아치던 새벽 6시 출근길에서 설 의원과 우 의원을 만났다. 두 사람은 파란색 민주당 점퍼를 입고서 몸을 떨면서 국회 본관에서 나오고 있었다. 이들은 밤샘 농성을 마치고 따뜻한 목욕탕에라도 가서 씻으려고 한다고 했다.
이들은 왜 자신들이 밤샘 농성까지 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지를 설명했다. 우 의원은 "국회가 정규직화해주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안 지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올 겨울을 국민들에게 희망을 줘야겠다는 생각으로 하룻밤을 보냈다"고 말했다. 설 의원은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안으로 공공기관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내수를 살릴 것을 권고했다"며 "국회에서부터라도 할 수 있는 일은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날씨가 더 추워진다고 예보된 27일 밤에도 철야 농성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올해가 아직 5일 남았다. 희망을 놓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 이들의 농성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국회 청소용역 문제는 그 해 해결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이 놓지 않겠다고 말했던 희망은 처음 국회에서 밤샘 농성을 했던 날로부터 1073일 되던 지난 3일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이뤄졌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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