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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최순실 일당의 세무조사권 남용 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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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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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발표된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최순실 일당에 대한 중간수사 결과 내용 중 눈길을 끄는 것은 세무조사권 남용이다. 이미 알려진 대로 그들은 전국경제인연협회(전경련) 53개 회원사를 상대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774억원을 출연하도록 강요했고, 이에 불응할 경우 세무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엄포를 놓았다고 한다.

그런데 최순실이나 청와대 수석 등이 세무조사를 지시한다? 이게 가능할까? 국세기본법(제81조의 4)은 "세무공무원은 적정하고 공평한 과세를 실현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세무조사를 하여야 하며, 다른 목적을 위하여 조사권을 남용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세무공무원이란 '국세청장, 지방국세청장, 세무서장 또는 그 소속 공무원'을 지칭한다. 따라서 최순실 등이 세무공무원이 아닌 이상 세무조사 운운하면서 기업을 위협했다면 이는 공갈협박죄에 해당되고, 정말 권한이 있는 자가 그런 소릴 했다면 세무조사 직권 남용죄에 해당된다.
세무공무원이라도 세무조사 대상자를 맘대로 선정할 수 없다. 세무조사 대상자는 국세청장이 정기적으로 납세 성실도를 분석해 불성실 혐의가 있다고 인정되는 자(정기 선정) 또는 무자료 거래나 구체적인 탈세정보가 있는 자(수시 선정)만 선정할 수 있을 뿐이다(국세기본법 제81조의 6).

전경련 소속 기업이라면 이런 정도의 세무조사 상식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이 최순실 일당의 세무조사 협박이나 겁박에 넘어갔던 이유가 궁금하다. 최순실 일당이 기업세무정보가 가득 쌓여있는 국세행정시스템(NTIS)에 접근해서 얻은 정보를 기초로 해당 기업을 위협했다면 이는 국기문란의 범위를 훨씬 뛰어 넘는다. 이것은 최순실 일당과 과세관청의 수뇌부가 한통속이라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세청이 수집 보관하고 있는 과세자료는 실로 막대하다. 여기에는 정치적으로 이해관계가 다른 자들의 자료도 수북이 쌓여있다. 기업압박으로도 부족해 정적(政敵)에 대한 보복 무기로 사용된다면 민주주의는 끝장이 난다.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탈세여부 공방이 있었지만, 트럼프의 반대편에 있는 오바마 정부는 미국 국세청에 쌓여있는 트럼프의 세무신고 자료를 열어보지 않았다. 세무조사권 남용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미국 워터게이트 사건 때 끝까지 사임을 망설인 닉슨 대통령도 결국 탈세가 거론되자 사임했다. 세금은 그토록 무서운 것이다.

우리 사회는 정치에 세금 문제가 뒤엉킬 때의 폐해를 이미 데자뷔했다. 이른바 '세풍(稅風) 사건'에서였다. 1997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의 선거자금 모금을 위해 한나라당과 기업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국세청 고위 공무원들이 공모해 기업들로부터 거액의 정치자금을 모금한 행위가 발각돼 처벌받은 사건이다(대법원 2004도482 판결).

그런데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한 줌이 안 되는 최순실 일당의 세무조사 운운에 쩔쩔매는 기업을 어떻게 이해하여야 하나? 그것도 모두 국내 초일류기업들이다. 창피하다.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터져 나온 "이게 나라냐?"는 탄식에 수긍이 간다.

최순실 일당에 빌붙어서 승진했거나 그들과 내통해 기업세무자료를 넘겨준 공무원이 있다면 발본색원해 처벌해야 마땅하다. 특검이나 국정조사에서 더 철저한 조사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박대통령은 최순실 일당에 포함될까? 그렇지 않길 소원한다. 그를 지지해서가 아니라, 나라의 근본이 무너지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이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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