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재판장 유남근)는 14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모(34)씨에 대해 징역 30년을 선고하고, 치료감호 및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명했다.
김씨는 올해 5월 17일 새벽 1시께 서울 강남역 인근 주점 건물 공용화장실에서 생면부지의 피해자 A(22·여)씨를 주방 식칼로 십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지난 7월 구속기소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30일 결심공판에서 “김씨 범행이 토막살인 못지않은 잔혹성을 띤다”며 무기징역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는 “무작위 살인은 동기에 참작할 사유가 없고 생명경시 태도가 매우 심한 범죄로서 사회 전반에 큰 불안감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그 죄질이 매우 나쁘고, 그에 비해 김씨는 반성하는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형량을 정함에 있어서는 김씨의 심신미약 상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당시 사건과 함께 증오범죄, 혐오범죄 논란이 일었으나 수사·재판 과정 모두 이는 인정하지 않았다. 증오범죄는 대개 인종·성별 등 특정 집단에 대한 증오심에서 비롯된 범죄로 통용되지만 법률상 정립된 개념은 아니다.
검찰은 김씨를 검거한 뒤 한 달 가량 국립법무병원(옛 공주치료감호소)에 유치해 정신감정한 결과 김씨가 피해망상으로 여성에 대한 반감이나 공격성을 보이기는 하나, 여성에 대한 비하·차별과 같은 일반적 신념에 따른 혐오경향은 뚜렷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 역시 정신감정의의 견해 및 사실관계를 토대로 “김씨는 여성을 혐오했다기보다 남성을 무서워하는 성격 및 망상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피해의식으로 인해 상대적 약자인 여성을 대상으로 범행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김씨는 평소 아버지 앞에서 주눅이 들거나, 아버지에 이끌려 비자발적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는 등 갈등을 겪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