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가수 겸 화가 조영남(71)씨의 화투그림 대작(代作) 행위는 사기일까 관행일까. 이를 가리는 재판이 본격 시작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오윤경 판사는 10일 오전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씨의 첫 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당초 춘천지법 속초지원에 공소를 제기했으나 법원은 조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재판 관할권을 서울로 이송했다.


조씨는 사건 발생지가 서울인 점, 그림 구매자와 증언자 등이 서울에 살고있는 점을 들어 관할권 이송 신청을 했다.

조씨는 2011~2015년 대작 화가 송모(61)씨 등이 그린 그림에 덧칠을 하는 식으로 마무리를 한 뒤 자신이 그린 그림인 것처럼 속여팔아 1억8035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조씨 변호인은 이날 공판에서 "그림을 사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조수의 도움을 받은 걸) 알릴 의무가 있는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변호인은 또 "구매자를 속일 고의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조씨는 공판 뒤 "사기를 쳤거나 치려고 마음먹은 적이 없어서 마음이 편하다"면서 "인터뷰할 때 외국에서는 조수를 수없이 쓰는 게 관례라고 얘기했는데 국내 작가 중에서 그 말을 곡해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대로 검찰은 그림을 산 사람이 '조영남이 그린 것'으로 여겼다면 이는 구매자를 기망해 부당이득을 얻은 것이라는 입장이다.


미술계의 공방은 재판이 시작되기 전부터 뜨거웠다. 한국미술협회와 한국전업미술가협회 등 일부 미술가단체는 "대작을 관행이라고 주장해 전체 미술인의 명예를 더럽혔다"며 명예훼손 혐의로 조씨를 검찰에 고소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미술평론가 반이정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옳고 그름을 떠나 대작 관행은 미술계의 암묵적 합의"라면서 "일반인들이 모르고 언론이 모르고 사법부가 몰랐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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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를 많게는 10명이나 두는 유명 화가도 있고 갤러리나 아트딜러들도 이런 관행을 잘 아는데 법원이 이 문제를 판단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라는 게 반씨의 설명이다.


미학자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사건이 불거진 지난 5월 SNS를 통해 "작품의 콘셉트를 누가 제공했느냐가 핵심"이라면서 "개념미술과 팝아트 이후 작가는 콘셉트만 제공하고 물리적 실행은 다른 이에게 맡기는 게 일반화한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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