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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의 책과 저자]조영남, '덩샤오핑 시대의 중국'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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톈안먼 사건(덩샤오핑 시대의 중국 3)

톈안먼 사건(덩샤오핑 시대의 중국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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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톈안먼사건(天安門事件)’을 검색하면 매우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 사건 자체는 짧게 요약된다. 예를 들어 박문각에서 나온 시사상식사전은 “1976년 4월 4, 5일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중국 국민들이 중국 정권에 항거하여 폭력적인 유혈사태를 일으킨 정치적 사건”이라고 정리했다. ‘국민들이 폭력적인 유혈사태를 일으킨 정치적 사건’이라면 주체가 국민이라는 얘기다. 논쟁이 있을 수 있으나 아무튼 정권에 대한 항거를 전제한다. 조금 더 긴 설명을 보자.

“1976년 4월 4일 저우언라이(周恩來)를 추도하기 위해 톈안먼 광장에 모인 군중이 '인민영웅기념비' 주변에 화환을 바치는 가운데 마오쩌둥(毛澤東)과 장칭(江靑) 등 문혁파(文革派)를 비난하는 표어와 구호가 나붙었다. 이에 북경시 당국이 5일 새벽 저우언라이를 추도하는 화환을 철거하자 청년 학생들이 방화 등을 하며 시위, 마오쩌둥ㆍ장칭 집단은 톈안먼 광장에 광장 주위 정규군 3개 사단과 약 4만 명의 민병을 투입하여 유혈 진압함으로써 3000여 명이 사망ㆍ부상ㆍ체포당했다.”(박문각, 시사상식사전)
시민 3000명 이상이 희생된 사건이 그냥 덮일 리 없다. 이 사건의 결과는 이렇다. 톈안먼사건 이후 덩샤오핑(鄧小平)이 배후에서 조종했다는 비판을 받고 실각했다. 화궈펑(華國鋒)이 새로 총리에 취임했다. 하지만 1976년 10월 장칭 등 4인방(四人幇)이 체포되자 덩샤오핑이 이 사건과 관련 없음이 발표되고 1977년 7월 당 제10기 3중전회에서 덩샤오핑은 당 부주석에 복권되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벌어진 권력투쟁의 일부로만 보기 어려운, 중국 현대사에 에너지를 불어넣은 강력한 격발이다.

1.
1976년에 일어난 일을 ‘톈안먼사건’으로 알고 있는 한국인은 많지 않다. 우리 뇌리에는 1989년에 ‘천안문사태’로 알려진 중국 민주화운동이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제2차 톈안먼사건’이다. 1989년 4월 15일 후야오방(胡耀邦) 총서기가 죽자 그의 명예회복과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후야오방의 민주화를 위한 노력을 기억하는 대학생들은 부패와 관료주의 척결을 내세우며 궐기했다. 전국에서 모인 대학생들은 5월 13일부터 톈안먼 광장에서 단식 연좌시위를 했다. 중국 당국은 학생들의 시위를 난동으로 규정하고 계엄을 선포했다.

덩샤오핑이 역사의 소용돌이 한복판에 등장한다. 그는 학생들의 요구에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 공산당 총서기 자오쯔양(趙紫陽)을 숙청하고 6월 4일 시위대를 향해 발포할 것을 명령했다. 덩샤오핑은 “인민의 군대가 인민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당 원로들의 만류를 외면했다. 중국 정부는 이 사건으로 인한 희생자가 300여 명이라고 발표했다. 당시 시위 참여자 1600여 명 이상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1976년의 ‘톈안먼사건’이 민주화 운동으로 평가받은 데 비해 1989년의 민주화 운동에 대한 언급은 중국에서 여전히 금기로 남아 있다.(살림출판사, 홍콩-천 가지 표정의 도시)
2.
지난 5월 3일, ‘포커스뉴스’는 ‘톈안먼 사태 마지막 수감자, 오는 10월 석방된다’는 제목으로 흥미로운 기사를 게재했다. 인권단체 ‘두이화 재단’을 인용해 먀오더순이 감형을 받아 풀려날 예정이라는 내용이었다. 올해 나이 쉰한 살인 그는 텐안먼사건 때 불타는 탱크에 바구니를 던졌다는 이유로 방화죄를 선고받고 복역했다. 선고는 군이 시위대를 진압한 지 2개월 뒤 내려졌다. 처음에는 2년 유예 사형선고를 받았다가 나중에 무기징역으로 감형받았다. 이후 1998년과 2012년 두 차례 더 감형을 받았다.

두이화 재단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인권단체다. 두이화 재단은 3일 성명을 통해 올해 초 재단 측이 중국 정부에 먀오더순의 상황을 전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그의 석방 소식을 알게 됐다고 발표하였다.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과 호주의 오스트레일리안 파이낸셜 리뷰(AFR) 등이 이 사실을 보도했다. 두이화 재단의 존 캄 이사장은 성명에서 "먀오더슌의 석방 소식을 환영한다. 그가 필요한 도움을 받아 정상적인 생활을 재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지금까지 톈안먼 시위로 수감됐다 석방된 이들은 일부는 순탄한 삶을 살아간 반면 누군가는 의문사를 당하는 등 다양한 길을 걸었다. 시위대 지도자 중 한 명이었던 왕쥔타오와 왕단은 비교적 짧은 수감생활을 마치고 해외로 나가 자신들 나름의 삶을 살았다. 반면 또 다른 지도자 천 즈밍은 2014년 사망할 때까지 베이징에서 당국의 감시 아래 생활했다. 그런가 하면 톈안먼 시위 참가자 리왕양은 2011년 석방된 뒤 일 년 만에 병원에서 의문사했다. 먀오더순은 B형 간염과 정신 분열증을 앓고 있다고 한다.

3.
조영남은 2002년 이후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교수로 일해왔다. 적잖은 중국 관련 저술을 통해 학문적 업적을 이룩해온 그는 최근 거시적 관점에서 개혁기 중국의 정치변화를 분석하기 위해 중국 정치의 전개와 발전, 중국의 권력 구조와 운영, 중국과 동아시아 국가의 정치발전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용과 춤을 추자’를 통해 중국에 대한 우리의 잘못된 인식들을 수정해 주었다. ‘중국의 꿈’에서는 시진핑이 주장한 ‘중국의 꿈’의 실체와 그 배경이 되는 ‘안정된 엘리트 정치’, 새롭게 등장한 ‘탈혁명 인문사회형’ 5세대 지도자들의 성향을 분석하였다. ‘덩샤오핑 시대의 중국’ 시리즈는 중국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핵심 키워드를 짚어온 조영남의 연구 성과를 집약한 필생의 역작이다. ‘톈안먼사건’은 이 시리즈의 세 번째 주제다.

‘덩샤오핑 시대의 중국’ 제 1권인 ‘개혁과 개방’은 4인방이 체포된 후부터 1982년 공산당 12차 당대회까지의 시기를 다룬다. 제 2권 ‘파벌과 투쟁’은 1987년 공산당 13차 당대회까지의 시기를 다룬다. 제 3권 ‘톈안먼 사건’은 1989년에 발생한 톈안먼 민주화 운동과 1992년 덩샤오핑의 ‘남순강화(南巡講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조영남의 저서들은 중국 출판사에 판권이 수출되어도 검열에 걸려 출간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공산당의 검열을 통과하기 어려운 내용을 많이 담고 있기 때문이다.

조영남은 톈안문사건을 ‘제한된 범위의 민주화 운동’으로 규정한다. 그가 보기에 학생은 운동을 촉발하고 추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전체 상황을 파악하여 활동 계획을 수립하고, 집권 세력과 민주 제도의 도입을 둘러싼 협상을 벌이는 등의 역할은 정치 조직과 사회단체의 몫”이다. 그런데 “중국에는 바로 이것이 없었던 것이다.” 이들이 “개혁 개방의 공산당 노선과, 공산당 일당제의 현행 정치체제를 부정하거나 비판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 진압 후에 학생운동은 급속히 소멸될 수밖에 없었다. 이는 개혁 개방이 성공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런 점에서 1989년의 민주화 운동이 실패한 근본 원인, 반대로 공산당이 운동의 진압에 성공한 근본 원인은, 개혁 개방의 성공이었다.

그래서 톈안먼사건과 깊은 관련을 맺고 후에 노벨평화상을 탄 류샤오보는 “1989년의 항의운동, 그것은 결코 위대한 민주운동이 아니라 노예들의 반항운동”이라고 비판했다. 물론 1989년의 운동은 분명히 민주화 운동이다. 부패 등 현실 문제를 비판하고, 이를 해결할 대안으로 자유와 민주를 주장했기 때문이다. 다만 현행 공산당 일당제를 중심으로 하는 사회주의 정치체제를 체계적으로 비판하고, 그것을 대신하여 선거 민주주의 혹은 자유민주주의의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그래서 조영남은 이를 ‘초보적인 수준’ 혹은 ‘제한된 범위’의 민주화 운동이라고 불렀다. huh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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