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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효율보다 사적 이익을 위한 대기업의 내부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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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윤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오동윤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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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이라는 단어는 일본에서 유래했다. 거대 자본을 가진 기업군을 말한다. 한국의 재벌은 두 얼굴을 갖고 있다. 산업화 시대를 이끌었다는 칭찬과 독점 자본, 정부 지원, 혈연이라는 비난도 함께 받는다. 세계 학계도 재벌을 영어로 그냥 ‘Chaebol’이라 쓴다. 그만큼 독특하단 의미다.

요즘은 재벌 대신 대기업이라 부른다. 대기업은 대규모 기업집단의 준말이다. 법적 정의는 따로 없다. 반면 중소기업은 법적 정의가 있다. 따라서 중소기업이 아니면 대기업으로 분류하면 된다. 다만 정책 용어로 대기업집단이라는 단어를 쓴다. 정확히 말하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다. 기업집단은 동일인이 사실상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회사의 집단을 일컫는다. 올해 4월을 기준으로 민간 대기업집단은 52개다.
대기업집단은 공정거래법에 따라 계열사 간에 발생한 내부거래를 공시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015년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현황을 발표했다. 47개 민간 대기업집단 소속 계열회사 1274개 기업의 계열회사 간 거래현황이다.

지난해 민간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금액은 159조원이다. 국내총생산(명목기준)의 9.8%에 해당하는 규모이며, 정부가 제출한 2017년 예산안(398조원)의 40% 수준이다. 2015년 내부거래 규모는 전년보다 21조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대기업집단의 매출액은 100조원 이상 감소했다. 대기업집단이 스스로 내부거래를 줄였다기보다 매출 부진으로 내부거래가 줄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왜 대기업집단은 내부거래를 할까. 애덤 스미스는 효율적인 시장이 있기에 내부거래보다 계약으로 다른 기업과 거래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했다. 그러나 1930년대 로널드 코우스에 의해 애덤 스미스의 이론은 뒤집혔다. 코우스는 ‘기업이론’을 창시하고, 기업은 거래비용을 줄이기 위해 내부거래를 늘려야 하며, 그러기에 기업 규모가 클수록 유리하다고 했다. 코우스는 199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내부거래의 단점도 있다. 내부거래를 수행하는 기업이 독자로 이익을 추구할 때 ‘대리인’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나 ‘대리인’은 한국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국의 대기업집단은 창업주 또는 창업주의 2세, 3세가 계열사를 세운다. 그리고 모기업과 내부거래를 통해 이익과 경영권을 확보한다. 그러니 수행기업이 모기업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은 아예 없다. 게다가 총수가 기업집단을 확실하게 통제한다. 그래서 내부거래는 더욱 공고해진다.

한국의 재벌은 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하는 총수 일가의 실질 지분은 낮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0.6%에 불과하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현대모비스인데 정몽구 회장의 지분은 6.9%이고, 정의선 부회장의 지분은 아예 없다. 총수 일가는 자기 지분이 매우 높은 비상장 회사를 설립하고 내부거래로 상당한 이익을 취한다. 이런 이득으로 상속세도 내고, 모기업 지분도 확보한다. 자식 간의 재산분할도 완성한다.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비중은 상장사보다 비상장사가, 총수 없는 집단보다 총수 있는 집단이 높다.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가 효율보다 사적 이익을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거래비용을 줄여 효율을 높이는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는 정당하다. 이를 위해서 집단 밖 기업, 즉 중소기업에 공정경쟁을 할 기회를 줘야 한다. 사적 이익을 위한 내부거래는 범죄행위다. 불행히도 이를 걸러낼 장치나 제도는 없다. 그러다 보니 제재도 마땅치 않다. 대기업집단이 존경받는 기업이 되는 것은 오롯이 그들의 몫이다. 그렇지 않다면 여전히 재벌이라는 오명을 벗어날 수 없다.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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