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직일 수록 비율 높아..박주민 "일반 대중에 박탈감, 사회 양극화"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MBC 간판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최근 제작한 '무한상사 2016-위기의 회사원'에서 악의 축은 권지용 전무(가수 권지용 분)였다. 비자금 조성, 살인 교사 등 혐의가 낱낱이 드러나며 권 전무가 붙잡히지만 통쾌함은 오래가지 않는다. 극 말미에 유재석 부장(MC 유재석 분)은 나레이션을 통해 당장은 죗값을 받는 권 전무가 돈과 권력으로 다시 풀려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올해 6월까지 법원이 1심에서 횡령·배임·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등 혐의가 있는 경제사범 2만4398명에게 자유형(징역·금고 등)을 선고했는데, 이 중 절반에 가까운 1만2006명(49.2%)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집행유예는 법원이 범죄자에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형을 선고하면서 정상을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을 경우 형 집행을 일정 기간 유예하는 제도다. 범죄자가 해당 기간 내에 다시 범죄를 저지른다면 집행유예는 취소되고 실형을 살아야 한다. 그러나 '사회 지도층'이라 불렸던 경제사범들은 보통 집행유예 기간을 무난하게 넘겨 형벌을 피한다.
박 의원은 "수십억원대의 횡령·배임을 저지른 범죄자가 복역하지 않는 상황은 국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심어주고 사회를 양극화한다"면서 "법원은 경제사범에 대한 집행유예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정 규모 이상의 횡령·배임죄를 저지른 범죄자에 대해선 집행유예를 원칙적으로 선고할 수 없게 만드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초 대검찰청이 발표한 영남대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횡령·배임 범죄자 중 고위직일수록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선고된 횡령·배임 범죄 6950건 중 유죄 판결을 받은 1994건을 분석한 결과다.
피고인의 직위를 '최고 고위직' '고위직' '중간직' '하위직' 등으로 나눠 살펴본 결과 최고 고위직은 72.6%가 집행유예를, 27.4%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어 고위직(집행유예 67.8%·실형 32.2%), 중간직(집행유예 62.6%·실형 37.4%), 하위직(집행유예 52.0%·실형 48.0%) 등 순으로 처벌 수준이 낮았다.
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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