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앞으로 의장이 주재하는 원내대표 협상에 나서려면 여당 대표는 1대 3의 협상을 각오해야 하는 것이냐"며 정 의장에게 날을 세웠다. 전날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세미나에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 이를 특별검사에게 넘겨야 한다고 주장한 데 따른 비판이었다.
그는 지난 19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도 "야당이 배출한 국회의장이 민생 추경을 처리 못하는 헌정사상 첫 번째 의장이 되는 오점을 남기겠냐"며 정 의장을 비난한 바 있다.
민경욱 원내대변인도 같은날 논평에서 추경안 처리 지연과 관련해 "(정 의장이) 야당의 추경안 발목잡기와 '국회 파업'을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야당의 자기부정 행태를 중재하고 해결하는 데 힘써야 할 의장의 행보는 유감"이라며 "추경안 처리 합의를 끌어내고도 마치 관객 같은 행보만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태도로는 존중받는 국회의장은 고사하고 '일하는 국회'도 대단히 요원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여당의 정 의장 정조준은 오히려 반작용을 낳고 있다. 정 의장에 대한 비판 여론을 키우기보다 의장을 물고 늘어질 수밖에 없는 새누리당의 딱한 처지를 돌아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정 의장을 압박함으로써 야당에 대해 우회적으로 추경안 처리를 촉구하는 전략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다음달 시작되는 20대 국회의 첫 정기국회를 앞두고 '의장 길들이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얘기도 돌고 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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