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요. 강철나비 강수진"
발레리나 인생 30년, '오네긴'으로 마침표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강철나비' 발레리나 강수진(49) 씨가 토슈즈를 벗었다. 강씨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독일에서 열린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오네긴' 공연을 끝으로 발레리나 인생 30년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는 "이제 내 나이 50인데 아쉬움은 없다. 늦기 전에, 무대에서 마음대로 무용할 수 있을 때 그만두고 싶다"고 했다.
공연이 끝난 오후 10시 슈투트가르트 오페라극장을 가득 채운 관객 1400여 명은 붉은색 하트와 '고마워요 수진'(Danke, Sue jin)을 새긴 손팻말을 들어 강씨를 보냈다. 무대 뒤편 대형 스크린에는 이런 문구가 쓰였다. '사랑하는 수진, 모든 것에 감사합니다. 우리는 당신을 사랑하고 그리워할 거예요. 행운을 빕니다.'
강씨는 30년 전인 1986년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 입단했다. 1982년 모나코 왕립 발레학교로 유학을 떠났고 1985년 스위스 로잔 콩쿠르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미국 등 각지 발레단에서 러브콜이 왔지만 당시 어머니나 다름 없었던 마리카 베소브라소바 모나코 발레학교 교장이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을 그에게 추천했다.
처음부터 승승장구했던 건 아니다. 입단 초기에는 부상을 입고 체중관리에 실패해 2년 동안 무대에 서지 못했다. '코르 드 발레'(군무진)에서 솔리스트가 되기까지 7년이 걸렸다. 강씨는 1996년 마침내 수석무용수 자리에 올랐고 1999년 무용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를 수상하며 최고 발레리나로서의 영예를 안았다.
이후 왼쪽 정강이뼈 부상으로 '발레 불가' 판정을 받았지만 15개월 뒤 다시 무대에 섰다. 2007년 독일 최고의 예술가에게 주어지는 캄머탠저린(궁중무용가) 칭호와 2014년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 주가 주는 공로 훈장을 수상했다.
은퇴작인 '오네긴'은 '로미오와 줄리엣', '말괄량이 길들이기'와 함께 강수진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드라마 발레의 대명사로서 강수진의 이름을 세계에 알린 작품이기도 하다. 작품은 자유분방하고 오만한 남자 오네긴과 순진한 시골 소녀 타티아나의 엇갈린 사랑을 다룬다. 강씨는 "1996년 처음 만난 순간부터 수십 년 동안 사랑해왔다. 내 스타일에 가장 맞는 작품"이라며 "은퇴작으로 이 작품 이상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강씨는 곧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집을 처분한다. 현재 국립발레단 단장이기도 한 그는 연임 여부와 관계없이 한국에 정착해 국내 발레계를 위해 일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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