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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폭행 둘러싼 진실게임…'폭행상사 vs 불량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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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와의 소통을 강조해 온 아시아경제는 독자의 억울한 사연을 기자가 직접 찾아가 취재한 내용을 기사화합니다. 이 기사는 아시아경제 자매 사이트인 억울닷컴(www.eogul.com)의 '기자가 간다' 코너에 올라온 사연 중 공익 차원에서 기사화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내용을 취재한 것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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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경상북도 포항에 있는 한 대기업 계열사에서 사내폭행을 둘러싸고 '진실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에 따르면 직장인 6명 중 1명(15.7%)은 사내 폭행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행을 당한 직원의 57.5%는 혹시 불이익이 생길까 참고 견디고 있다. 반면 업무 태도가 불량한 직원을 훈육했다가 억울하게 '폭행 상사' 낙인이 찍히는 사례도 빈번히 나온다. 포항에서 발생한 사내폭행 사건을 당사자의 입장에서 재구성했다.
◆폭행당했는데 권고사직 요청받은 강민섭(가명ㆍ33)씨= 대기업 계열사 포항지부에 갓 입사한 신입사원 시절인 2011년 회사에서 처음 폭행당했습니다. 회사 워크숍이 있던 날 저녁 같은 부서 정민호 팀장(가명ㆍ41)이 행실이 불량하다는 이유로 뺨을 때리더라구요.

이후에도 정팀장의 욕설과 폭력은 계속됐죠. 2013년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추진하던 계약에 문제가 생겼고 구매회사 담당자의 항의가 정팀장까지 흘러들어갔습니다. 정팀장은 흥분한 상태로 저에게 다가와 주먹으로 가슴을 때리고 발로 배를 걷어차기까지 했습니다.

당시 제가 근무하고 있던 곳은 사장과 임원이 없어 팀장 말이 곧 법이었습니다. 반복되는 폭력과 욕설이 부당하다고 느꼈지만 도움을 청할 직원도, 회사를 그만 둘 용기도 없었습니다. 회사에 출근하는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습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자살충동까지 느꼈습니다.
그런 나날이 1년 남짓 지나던 중 또다시 사건이 터졌습니다. 전에 있었던 폭행사건이 누군가의 사내 신문고 투서로 알려진 겁니다.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정팀장과 회사의 화살은 제게 돌아왔습니다. 전 폭행 피해자에서 회사에 물의를 일으킨 가해자로 전락했고 저희 아버지는 "부모님이 투서를 넣은 것 아니냐?"는 통화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후 정팀장은 형식적인 견책을 받고 저는 인사고과가 잘 나올 수 없는 검수ㆍ배송 업무를 부여받았습니다. 부당하다고 느껴 여러 번 보직변경을 요청했지만 묵살당했습니다. 결국 전 저평가자로 분류돼 올해 5월 회사로부터 권고사직 요청을 받았습니다. 폭행까지 당하고 부조리한 회사 징계도 참았지만 결국 저 혼자 회사를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억울합니다.

저는 이 일로 정신과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힘없는 약자들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 회사와 사회가 너무 야속하고 무섭습니다.

◆업무 처리 미숙해 혼냈는데 고소당한 정민호 팀장= 회사 부하직원에게 고소를 당했습니다. 2011년 강민섭 씨 팀장으로 근무할 때 발생한 사소한 충돌 때문입니다. 워크숍이 있던 날도 신입사원이었던 강씨가 단체행동에서 빠져 술을 마시고 있자 혼을 내는 차원에서 볼을 꼬집은 게 전부입니다. 2013년에도 강씨가 일으킨 민원 탓에 화가 난 상태에서 얘기를 하다가 가슴 부위를 밀쳤을 뿐인데 그걸로 멍이 들고 배도 걷어찼다는 등 과장을 해대 전 한순간 폭행하는 상사로 전락하고 말았죠.

평소 직원들에게 업무적으로 다소 엄하게 대한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인격적 모욕이나 심한 구타는 하지 않습니다. 2013년 폭행사건 이후에도 화해를 하고 몇 개월 간 같이 근무도 했습니다. 강씨가 인사고과를 받기 힘든 보직으로 발령이 난 것은 회사 내부적 요인이며 제가 결정한 사항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강씨가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요청받자 3년이 지난 폭행건으로 저를 경찰에 고소했고 법원 선고는 나오지 않았지만 검찰에선 약식기소로 벌금 100만원을 구형했습니다. 훈육차원에서 가볍게 손을 댄 것이 폭행으로 번져 벌금까지 낼 위기에 처하니 너무 억울합니다.

강씨는 또 자신이 권고사직을 받은 것이 제가 주변에 나쁜 소리를 하고 다녔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전혀 사실이 아닐뿐더러 그것은 얼마 전 직원 전수조사 결과 거짓임이 밝혀졌습니다. 전 그럼에도 회사에 물의를 일으켰다는 이유로 감봉과 서울지사 발령 처분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 회사 포항지사에서 10년간 일했는데 하루아침에 연고도 없는 서울로 쫓겨나게 생겼습니다.

강씨 가족에게 "당신도 회사를 그만두게 될 거다"라는 협박성 메시지도 받았습니다. 전 회사와 직원들의 업무향상을 위해 열심히 일했지만 지금은 폭행 상사로 낙인찍혀 밤에 잠도 못잘 만큼 너무 괴롭습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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