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수비 강한줄 착각
스페인과의 경기서 6실점, 약점 드러내
그간 '늪축구'는 행운과 약한 상대의 결과
측면수비 보강하고 전술훈련 강화해야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축구대표팀이 '늪 축구'의 함정에 빠졌다.
대표팀은 6월에 열린 유럽원정 경기에서 1승 1패를 기록했다. 아홉 경기 동안 이어진 무실점 행진도 끝났다. 대표팀은 지난해 8월 9일(한국시간) 중국 우한에서 열린 동아시아컵(8월 1~9일) 북한과의 경기(0-0)이후 지난 1일 스페인과 경기하기 전까지 한 골도 안 내줬다.
대표 팀의 경기는 그동안 '늪 축구'로 불렸다. 상대에게 많은 기회를 내주는 것 같은데 이상할 만큼 골을 내주지 않았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62)이 부임한 뒤 나타난 현상이다. 그래서 '상대 공격수가 우리 수비 지역에 들어오면 늪에 빠진 듯 힘을 못 쓴다'고 생각했다.
'늪 축구'란 칭찬일 수 없다. 장지현 SBS스포츠 해설위원(43)은 국내 포털사이트에서 하는 인터넷 방송에서 "우리 팀이 실점 위기가 많았다는 뜻이다. 다만 운 좋게 점수를 내주지 않았다. 상대팀 공격수들의 실수도 있었다"고 했다. 약한 팀들과 경기하며 '늪 축구'는 확신이 됐다.
스페인 전 국가대표 페르난도 모리엔테스(40)는 "한국은 많이 노력해야 한다. 친선경기라 승부에 덜 집착했고 시차도 있었다. 하지만 기술에서 스페인과 큰 차이가 있었다"고 했다. 슈틸리케 감독 역시 "기술적으로 스페인을 따라잡기 힘들었다"고 인정했다.
공을 다루는 기술이 달랐다. 스페인 선수들은 방향 전환 한 번, 패스 한 번으로 우리 대표팀 수비수들을 간단히 따돌렸다. 대표팀 수비수들은 일대일 수비나 압박 타이밍, 패스 등 모든 기술에서 부족함을 드러냈다.
당장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9월 1일~2017년 9월 5일)이 문제다. 한국은 이란, 우즈베키스탄, 중국, 카타르, 시리아 등과 A종 편성됐다. 조 1, 2위가 본선에 나간다. 대표팀의 수비력으로는 본선 진출을 장담하기 어렵다.
특히 측면 수비를 보강해야 한다. 차두리(36)와 이영표(39)가 물러난 뒤 줄곧 불안한 곳이다. 중앙 수비도 주전이 따로 없다. 홍정호(27ㆍ아우크스부르크), 김기희(27ㆍ상하이 선화), 곽태휘(35ㆍ알 힐랄), 김영권(26ㆍ광저우 에버그란데) 등이 교대로 맡았지만 매번 약점이 보였다.
슈틸리케 감독의 준비도 변화가 필요하다. 대표팀은 체력 훈련과 패스 등 기본기 훈련을 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경기를 하루 앞두고 비공개 훈련을 하는데, 이때 전술 훈련을 한다. 선수들이 전술을 익힐 시간이 부족하다. 그 결과는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낱낱이 드러났다.
슈틸리케 감독은 유럽 원정에서 얻은 교훈을 새겨 최종예선에 나가겠다는 각오다. 그는 "유럽 원정에서 좋았던 점을 살려야 한다"면서 "최종예선이 열리는 시기에는 선수들의 이적 등 변수가 많다. 몸 상태가 좋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대표팀을 소집하겠다"고 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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