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빛을 발할 때 그 국가는 어떠한 위기 상황에서도 굳건히 버텨 나갈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물론 과거 고위층 인사들의 병역 회피 사례에 눈살을 찌푸린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의 고위 공직자 자제들의 병역 이행률이 92%이상을 웃돌고 있고, 병역을 이행하지 않으면 더 이상 사회지도층이 되기 힘들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병역 이행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있겠지만, 병무청에서 13년 째 추진해오고 있는 ‘병역명문가’를 발굴하여 알리는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명문가란 예로부터 사회적 신분이나 지위가 높고 학식과 덕망을 갖춘 훌륭한 집안을 일컬으며, 병역명문가란 할아버지, 부·백부·숙부, 본인·형제·사촌형제 3대가족 모두가 현역복무를 성실히 마친 훌륭한 가문을 말한다. 가문을 중시하고 이웃과 나라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없이는 이룰 수 없는 일이다. 그러기에 이들의 성실한 병역이행이 우리의 귀감이 되고 존경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병무청은 지난 2004년부터 3대 가족이 모두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친 병역명문가를 찾아 널리 알려오고 있는데, 13년째를 맞고 있는 올해까지 총 3431가문이 병역명문가로 선정됐다. 특히 역대 최다 가문이 선정된 올해는 영예의 대통령상을 받는 이순득 가문을 비롯해 560가문이 병역명문가로 선정됐으며 5월 중에 병역명문가 시상식을 개최해 병역명문가 증서와 패 등을 수여할 예정이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이행해야 하는 병역의무에 예외가 없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비단 ‘병역명문가’만이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 병역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노블레스 오블리주’ 병역문화가 꽃피는 사회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금년에 선정된 이준상 가문처럼 군 법무관과 군의관으로 병역을 마친 후 우리 사회에 역량 있는 변호사와 교수로 활동한 사례처럼 말이다.
이상기후로 계절적 요인을 무시한 더위와 자연재해가 우리 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늘 변하지 않는 건 일출과 일몰이다. 세상엔 변하지 않는 것이 몇 개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 중 하나는 5월의 이 푸르름과 자유를 누릴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병역이행일 것이다.
병무청장 박창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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