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기업이 있다. 두 회사의 최근 4년간 순이익 합계는 100억원으로 같다. A회사는 2012년 500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200억원씩 이익을 냈다. B회사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25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두 회사 중 어느 기업에 투자할 것인가.
만약에 스코어 카드와 회계 장부에 ‘조작’이 있었다면 어떨까. A는 캐디에게 부탁해 보기(bogey) 이상을 기록한 홀의 스코어는 모두 첫날 스코어에 몰아서 적고, 2라운드부터 4라운드까지는 파 혹은 버디(birdy)만 적는 것이다. A는 캐디에게 “4일 합산 기록은 똑같으니 사기 치는 건 아니다”면서 윙크로 감사의 뜻을 표시한다. A기업은 2013∼2015년에 일어날 수 있는 손실을 모두 몰아서 2012년 실적에 반영했다. A기업의 4년 합산 당기순익에는 변함이 없다.
합산 성적이 같은데 굳이 스코어 카드를 조작하는 골퍼는 거의 없겠지만, 손실을 한꺼번에 털어내는 기업들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른바 ‘빅 배스(Big bath)’를 하는 기업이다. 빅 배스는 몸에서 때를 민다는 의미이다. 삼성SDI의 1분기 매출은 1조29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7038억원(738억원이 아니다!)으로 영업이익이 2007%(207%가 아니다!) 감소했다. 삼성SDI의 극적인 실적 하락은 자산가치 하락과 구조조정에 따른 희망퇴직 비용을 1분기에 몰아서 반영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과 두산인프라코어, 대우조선해양도 최근에 빅 배스를 했다.
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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