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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덕의 디스코피아 21] Prince - Batman(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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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탁월한 이중성

[아시아경제]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의 『다크나이트(Dark Knight)』와 히스 레저(Heath Ledger)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은 동의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에게 최고의 배트맨(Batman)은 팀 버튼(Tim Burton)의 작품이며 최고의 조커(Joker)는 잭 니콜슨(Jack Nicholson)이다. 배트맨 역의 마이클 키튼(Michael Keaton)도 멋졌지만 어린 내 눈에는 조커만 보였다. 범죄자이자 웃음중독자, 미치광이면서 예술가인 조커의 복잡성은 대배우 니콜슨의 온 몸을 통해 완벽하게 형상화된다.

팀 버튼의 잔혹한 동화 속에서 조커는 자신의 복잡한 내면을, 특히 잔혹함과 명랑함을 세상에 전시한다. 특히 두 장면을 잊을 수 없다. 하나는 조커가 여주인공 비키 베일을 납치하러 미술관을 습격한 장면이다. 또 하나는 조커가 고담시의 축제에서 지폐를 뿌리는 장면이다. 두 장면에서 조커는 프린스(Prince)의 음악에 맞춰 춤춘다.
영화의 배급사인 워너와 프린스의 사이는 좋지 않았다. 하지만 소년 시절 배트맨의 팬이었던 천재 뮤지션은 영웅의 영화음악을 제대로 만들었다. 『배트맨』의 스코어는 팀 버튼의 단짝 영화음악가인 대니 앨프먼(Danny Elfman)이, 사운드트랙은 프린스가 맡았다. 그래서 프린스의 사운드트랙 중에는 영화 속에 삽입되지 않은 곡도 있다. 하지만 삽입될 때는 영화의 분위기를 제대로 띄운다. 렘브란트의 초상화에 페인트를 끼얹으며 춤을 추는 조커의 기괴함은 ‘파티맨(Partyman)’ 덕에 더욱 짙어지고, 돈 뿌리는 장면의 ‘트러스트(Trust)’는 축제의 분위기를 확실하게 달군다.

수록곡들은 천재 뮤지션의 프린스의 재능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퓨처(Future)’의 비옥한 베이스 위를 더듬는 기타의 알싸한 톤과 ‘일렉트릭 체어(Electric Chair)’의 긴장감 넘치는 리프는 프린스가 천재 기타리스트라는 사실을 재확인시킨다. 소울과 록, 펑크가 뒤섞인 ‘배트댄스(Batdance)’는 한 곡 안에 건설된 장르의 백화점이다. 빌보드의 정상까지 올랐지만 정작 영화에는 삽입되지 않은 점이 아쉽다. 수록곡들의 배치를 통한 완급조절도 뛰어나다. 때로는 격렬한 때로는 끈적끈적한 곡들로 신나게 달리지만 중간 중간 배치된 잔잔한 팝 발라드 ‘디 암즈 오브 오리온(The Arms of Orion)’과 감미로운 ‘스캔달루스(Scandalous)’가 숨 고를 여유를 준다.

앨범의 아홉 곡은 영화와 어울리면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다. 영화의 멋진 장면 속에서도 프린스의 음악들은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영화를 완벽하게 보조하면서도 음악가 자신의 정체성을 철저하게 지킨 탁월한 이중성. 영화를 떼어놓고 음반자체로만 듣더라도 무척 근사하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프린스의 명복을 빈다. 최근 유독 아티스트가 병으로 일찍 별세하는 경우가 잦은 듯하다.

■ '서덕의 디스코피아'는 … 음반(Disc)을 통해 음악을 즐기는 독자를 위해 '잘 알려진 아티스트의 덜 알려진 명반'이나 '잘 알려진 명반의 덜 알려진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코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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