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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안내] 김승일 시집 '프로메테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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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메테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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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목차를 살펴본다.

'산화되는 아이, 죽은 자들의 포옹, 피 묻은 마우스피스, 삽에 찍힌 나비, 마그덴부르크의 저녁, 자살할까 봐 진짜 걱정돼요? X발 놈아, 성기의 기술, 프로메테우스, 우리 속옷 안에 뭐가 뭐가 들었지?, 행사 전날 전화가 왔다 멀리서 개밥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여기 오래 서 있는 나를 석고상인 듯 바라보고 가는 당신의 눈빛은 무엇인가, UFO, 초속 97킬로미터, 시속 100킬로미터, 괴물….'
남다른 시를 쓰는 시인이라는 사실은 잘 알겠다. 파란에서는 원래 남다른 시집을 내니까. 시집의 제목이 ‘프로메테우스’라서 그 시를 읽어 보려 했다. 그런데 ‘시집 속의 시 세 편’이라는 맛보기에는 들어 있지 않다. 프로메테우스가 그 프로메테우스인가? “불씨를 어금니에 물고 있는 어둠”이라는 한 조각으로는 짐작하기가 어렵다. 불씨는 프로메테우스와 인간의 관계 속에 있으니까 출판사의 신간안내문이 바람을 잡는 것만큼 살인적인 충격을 줄 것 같지는 않다.

“믿기지 않을 만큼 끔찍하다. 온통 비명소리로 가득하며, 곳곳마다 피멍으로 얼룩져 있다. ‘폭력’ 때문이다. 시인은 유년 시절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 개인에게 가해진 온갖 폭력들을 경악스러울 만큼 날것 그대로, 고스란히, 끈질기게 적고 있다. '프로메테우스'는 ‘폭력의 실재’다. 이보다 끔찍한 시집은 지금껏 한국 시사에 없었다. 한국 시단을 압도할 것이다.”

궁금하면 사 읽어 보면 될 것 아니냐. 출판사에서 책도 보내지 않았는데 신간안내를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세상이 뒤집어질 책이라도 안 읽고 기사를 쓸 수는 없다. 파란의 이 시집도 예외일 수 없다. 독자들께서 짐작하시겠지만 이 글은 서평이 아니다. 다만 편집자에 대한 서평담당자의 집요한 관심 때문에 그냥 ‘짚고 넘어가는’ 것이다.
사족 같은 궁금증 하나. 시인은 왜 굳이 ‘마그덴부르크’라는 지명을 사용했을까? 독일 작센안할트(Sachsen-Anhalt) 주의 마그데부르크(Magdeburg)를 네덜란드어로 마그덴부르크(Maagdenburg)라고 표기한다. 바로크 시대의 대 작곡가 게오르크 필립 텔레만이 태어난 곳이다. 이 마그덴부르크는 그 마그덴부르크가 아닌가? 어떤 언어든 대충 골라 쓰는 시인은 없다. 그러므로 시인도 무심하게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단치히(Danzig)와 그단스크(Gdansk)가 다르듯, 마그데부르크와 마그덴부르크는 같지 않다.

이것도 물론 읽어보면 알겠지?

huhball@


***

<맛보기 시> 양자역학의 세계


밥을 먹다가 친구에게 끌려가 귀싸대기를 맞았다

시작되었다

해독 불가능한 언어가 귓속에 난무했다

거기 모든 전쟁과 살인 폭행 자살과 관련된 모든 씹새끼들의 악죄와 알 수 없어 알 수 없이 죽어 간 나약한 자들의 울음소리와 지금도 끌려가 끌려가고 있는 모든 잠정적 폭력의 피해자 피해자들의 절규가 있다고 믿는다

나는 귀를 움켜쥐고
문이 닫힐 때까지

거기 앉아 있었다

신은 주사위 놀음을 절대로 하지 않는다


<프로메테우스/김승일 지음/파란/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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