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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 프로젝트]糖나라 대한민국…단맛과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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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하루 평균 당 섭취량 72.1g, WHO 권고량의 2.5배 웃돌아
설탕이 '만악의 근원'…적적량 섭취는 건강에 도움
무조건 당 빼라? 소비자 선택권 침해 우려
수십년 간 소비자 입맛에 익숙해져 있는 장수식품은 어쩌나…현실적 '고충'

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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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이주현 기자]'암, 심혈관질환, 당뇨병, 뇌졸중….'

전세계 사망원인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질환들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이들 질환의 주요 요인은 흡연, 음주, 건강치 못한 식습관, 저조한 신체활동 때문이다. 결국 현대인의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질병을 키우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정부가 개인의 판단과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범주의 것으로 이해됐던 '건강'문제를 정책차원에서 접근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이 바로 '설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당 섭취량은 72.1g으로 WHO 권고량의 2.5배를 훨씬 웃돈다. 아동들은 설탕에 더욱 쉽게 노출돼있다. 6세에서 11세 사이 아이들의 하루 평균 당 섭취량은 77.4g으로 3g짜리 각설탕을 기준으로 26개 분량을 먹고 있다. 이에 식약처는 비만의 주원인으로 꼽히는 설탕을 줄이는데 나섰다. 하루 총 2000㎉를 섭취하는 성인의 경우 200㎉(당으로 환산 시 50g), 무게 3g인 각설탕 16~17개 수준으로 설탕 섭취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성인 권장량 기준으로만 해도 유아들은 지금보다 각설탕 10개를 줄여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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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에서 당을 가장 쉽게 섭취하고 있을까. 가공식품 중에서 당류 섭취가 가장 많은 식품은 음료다. 음료류를 통해 하루 평균 13.9g의 당류를 섭취하고 있으며 빵ㆍ과자ㆍ떡류(6g), 설탕 및 기타 당류(5.8g) 순으로 당을 먹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설탕은 담배와 달리 무조건 해로운 식품은 아니다. 정부가 나서서 설탕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그렇다고 죄악시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경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과전문대학원 교수는 그의 논문에서 "설탕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영양소인 탄수화물의 공급원이 되는 식품이고, 또 오늘날 많은 가공식품에 필수적으로 함유되는 요소인 만큼 절대적으로 먹지 않을 수는 없다"면서 "적정량의 섭취는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과도한 양을 섭취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최근 '슈가보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백종원의 요리열풍까지 더해 외식업체에서는 설탕을 쓰지 않았던 메뉴에까지 설탕을 넣고 있는 상황. 과도한 설탕이 좋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단 맛에 길들여진 소비자들의 입맛을 하루아침에 바꿔 설탕을 무조건 빼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식품ㆍ음료 업체들 역시 설탕을 줄여야한다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고 적극 동참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세부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일찍부터 제품 저당화를 꾸준히 연구해온 '발효유' 기업들은 환영의 뜻을 보이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당류 사용이 많은 탄산음료, 제과 업계 등은 상대적으로 곤혹스럽다는 반응이다.

국내 식품업체를 대표하는 한국식품산업협회는 "정부 정책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당 저감화에 동참하겠다"며 "식품산업도 결국은 소비자를 기반으로 존재하는 만큼 국민건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협회는 정부의 당류 저감 정책에 적극 협조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면서 업계의 기술적인 대응 방안 등은 연구할 계획이다.

이처럼 중장기적으로는 저당 제품 비중을 늘리고 설탕 대신 인체에 무해한 천연감미료로 대체해 나간다는 업계의 기본 방침은 같지만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라이트 등 저당 제품을 출시하며 당 줄이기에 대한 노력을 가해 왔지만 모든 제품에 대해 일괄적으로 당 함량을 줄이는 것은 소비자 선택권의 폭을 좁히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수십년 간 소비자 입맛에 익숙해져 있는 장수식품의 경우 단기간에 맛을 바꿀 경우 맛의 변동 있을 수밖에 없어 기업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일괄적으로 당을 줄일 경우 맛과 품질의 획일화로 인해 제품 경쟁력이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기업들이 당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과 동시에 소비자들이 스스로 당 섭취를 줄일 수 있도록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설탕 자체가 나쁘다'고 인식되는 것이 우려스럽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설탕은 음식을 만들 때 필요한 소재료 중 하나이고 과잉 섭취했을 때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지만 마치 설탕이 모든 병의 근원이 되는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첨가당 만이 아닌 모든 당을 기준으로 해 과일과 탄수화물, 우유 등에 함유돼 있는 천연당마저 줄여야 해 인공적으로 가미되는 첨가당만 줄이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밖에도 수입 과자 등은 성분함량 표시와 당 줄이기 정책에 제외돼 국내 기업들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지적과 함께 설탕을 대체할 천연감미료를 개발해 저당 제품에 적용시키는 데는 최소 1년에서 2년의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업계의 시름을 더하고 있다.

반대로 이번 계기로 당 줄이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늘어났으면 좋다며 환영의 입장을 나타내는 곳도 있다. 지난해 '프리미엄 짜장, 짬뽕'이 인기를 끌며 새로운 산업군을 형성 했듯이 저당 제품군도 이번 계기로 국민적 공감대를 높이는 것은 물론 새로운 식품 카테고리를 형성해 성장 침체에 빠져 있은 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 줄이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져 그동안 저당 제품을 선보이고 줄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 해왔다"며 "정부 정책에 적극 동참할 계획이지만 현장의 아쉬움과 어려움 등을 잘 이해하고 반영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이주현 기자 jhjh1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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