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PEF인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는 지난달 홍콩계 PEF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와 손잡고 라파즈한라시멘트 지분 99.7% 등을 6300억원에 인수하는 내용의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글랜우드PE는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의 차남인 이상호 씨가 이끄는 회사이다.
지난해 9월 토종사모펀드 1위인 MBK파트너스가 글로벌 1, 3위 사모펀드인 칼라일과 KKR을 제치고 홈플러스 인수전에서 승리한 것은 토종 사모펀드의 성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홈플러스 인수가격은 7조2000억 원으로 지난해 국내는 물론이고 아시아 태평양 지역 최대 딜이었다.
외국계 PEF의 놀이터라고도 불렸던 국내 M&A 시장에서 토종 사모펀드가 약진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2004년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이 시행되면서 국내에 사모펀드 시장이 열린 이후 관련 시장이 커진 것을 첫 번째 이유로 꼽는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GP)인 MBK파트너스의 출자약정액은 8조5000억원에 이른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인수금융 없이 PEF 출자액(2조9000억원)만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 연기금 등의 대체투자 증가로 국내 PEF 규모가 커지면서 규모가 큰 딜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됐고 외국계에 맞서 과감한 베팅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토종 PEF가 국내 M&A 시장에서 글로벌 PEF와 진검 승부를 벌이면서 ‘내공’을 쌓은 것도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강성부 LK투자파트너스 대표는 “토종 PEF들도 업력이 쌓이면서 얼마를 써야 할지, 어떻게 전략을 짜야 할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토종 PEF가 기업 인수 후 매매 차익에만 초점을 두고 구조조정에 열을 올리는 외국계 PEF와는 다른 ‘출구 전략’을 구사한 것도 성장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장기 전략을 갖고 기업 가치를 키우는데 주력하면서 외국계 PEF가 심어준 ‘PEF=먹튀’라는 인식을 불식시키면서 PEF에 대한 거부감을 줄였다는 것이다.
IMM PE는 지난해 9월 대한전선 경영권을 인수한 뒤 신입 사원을 제외한 대한전선 임직원 755명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기존 임직원들과 함께 회사를 키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글랜우드PE는 2014년 8월 인수한 주방가전업체 동양매직을 매각하는 대신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기로 해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산업금융실장은 “매각하는 쪽에서는 임직원과의 소통 문제나 고용 보장 등의 측면을 고려하면 외국계 PEF 보다는 토종 PEF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면서 “현재 한국 경제의 당면 과제가 산업계 구조조정인 만큼 토종 PEF가 국내 M&A 시장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진영·김원규 기자 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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