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은행을 다시 찾은 허씨는 애꿎은 창구 여직원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일을 할 때는 웃으라"고 강요하거나 "서비스직인데 왜 이렇게 불친절하냐"고 따지는 식이었다. 출금을 요구하고서는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 "손이 떨려서 숫자를 못 적겠다"고 어깃장을 놓거나 "비밀번호가 기억나지 않는다"며 시간을 끌기도 했다. 10분이면 끝날 출금 업무는 1시간 넘게 이어졌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김주완 판사는 허씨에게 구류 5일과 유치명령 5일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법원이 즉결사건에서 구류 명령을 내린 건 이례적이며 2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선고되는 게 보통이라고 한다. 김 판사는 "즉결법정에서 피고인(허씨)을 처벌하는 것이 옳은 지에 대해 고민이 많이 됐다"고 털어놨다.
김 판사는 서비스직 종사자들의 고충을 특별히 고려했고 선고문에 이렇게 적었다.
김 판사는 허씨를 정식 재판에 넘겨 더 엄격하게 처벌할 까도 고민했으나 그에게 별다른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즉결심판으로 사건을 마무리 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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