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렌 ACGA 의장 "투명한 기업지배구조가 기업·국가 경쟁력"
한국, 국가별 기업지배구조 평가에서 인도·태국보다 순위 낮아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투명한 기업지배구조는 기업경쟁력이자 국가 경쟁력이다."
제이미 알렌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 의장은 18일 오후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이 말하며 투명한 지배구조를 정착시키기 위한 대기업과 정부의 노력을 촉구했다. 그는 이날 거래소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공동 주최로 열린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공청회 및 정책 토론회'에 기조연설을 맡았다.
제이미 알렌 의장은 "삼성전자에 투자한 해외 투자자들이 LG전자와 삼성전자를 비교하지 않는다"면서 "글로벌 기업과 삼성전자를 놓고 비교했을 때 열악한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으면 기업 가치평가에서 절하당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기업지배구조 수준은 여전히 열악한 상황이다. ACGA가 실시한 국가별 기업 지배구조 평가에서 아시아 11개국 중 8위에 머물렀다.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보다 순위가 뒤쳐졌다. 기업별 단위 국가별 지배구조 총점도 43.6점으로 평균이하를 기록했다. 지배구조 점수가 제일 높은 호주의 경우 71점, 태국은 57.3점, 인도는 52.1점이다.
1999년 아시아국가 중 가장 먼저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도입했지만 그 이후 행보는 정체돼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지배구조 개선을 가로막는 요인은 무엇일까. 제이미 알렌 의장은 기업들의 반발과 정부의 약한 의지, 담당자의 잦은 교체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그는 "기업들의 반발이 심했기 때문"이라며 "한국 관료들이 2~3년 단위로 순환되기 때문에 하나의 사안을 꾸준히 논의할 수 없다는 점도 변화를 어렵게 했다"고 말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더디다보니 외국인 기관투자자들이 바라보는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수준은 여전히 불만족스럽다. 삼성물산-엘리엇 사태, 현대차의 한국전력 부지 고가 매입 등은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점이 드러난 사례다. 이에 대해 제이미 알렌 의장은 "개별 기업 사안을 언급하기 조심스럽지만 ACGA의 주요 기관 투자자들이 불만족스러워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달리 대주주가 10% 이하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열사 지분이나 순환 출자를 통해 적은 지분으로 그 이상의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소액주주들은 목소리가 작아지고 지배구조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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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갈등을 사전에 예방하려면 기관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산운용사,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기업의 일방적인 의사결정에 제동을 거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알렌 의장은 "국민연금은 지난해 의결권 행사 지침을 만들었지만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가 기업과의 이해관계 때문에 현실적으로 독립적인 의결권을 행사하기 어렵다"면서 "자산운용사는 기관투자자로서 성과주의의 의무가 있기 때문에 독립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했다.
ACGA는 1997~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1999년 설립된 비영리 단체다. 연기금과 아시아 상장기업, 다국적 은행 등 111개 기관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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