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럴 줄 알았다', 예술가와 관객 사이 어느 '미친 프로듀서'
신시컴퍼니 박명성 대표 신간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공연제작사 신시컴퍼니의 대표 박명성(53) 프로듀서는 '연극'이 '굿판'과 참 닮았다고 말한다. 신명나는 굿판이 산 자와 죽은 자의 한을 풀어주듯 잘 만든 연극은 지친 관객을 보듬고 위로한다는 것이다.
신간 '이럴 줄 알았어'는 공연계 '미다스 손'인 박명성 대표가 경험을 통해 터득한 '프로듀서론'을 담아낸 책이다. 30여 년 전 극단 동인극장에서 연극 인생을 시작해 조연출에서 프로듀서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다. 뮤지컬 '맘마미아!', '시카고', '아이다' 등 대박난 작품들과 '갬블러' '댄싱 섀도우' 등 쪽박찬 작품들을 만들며 부딪힌 고민들과 찾아낸 해법 등도 진솔하게 녹아 있다.
그는 프로듀서를 '예술가와 관객 사이에 서 있는 이'이라고 정의한다. 연극인이 연극에 빠져있을 때 함께 머리를 맞대다가도 살며시 밖으로 나와 바깥 세상 사람들을 살피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프로듀서라는 위치가 참 애매하다. 기업가와 예술가 사이를 교묘히 오가야 한다. 신시컴퍼니는 국내 최장기, 최다공연, 최다관객동원 기록을 세우며 국내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박 대표는 "단언컨대 '돈이 되겠다' 해서 만든 작품은 없다"고 말한다. "프로듀서가 공연으로 돈 버는 사람은 맞지만 돈을 벌려고 공연을 만드는 건 아니다."
이런 그의 말을 믿지 않을 수 없는 건 '미친 짓 연대기'라 불리는 박 대표의 과거가 확실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햄릿처럼 심사숙고하고 고뇌하는 프로듀서가 아니라 돈키호테처럼 일단 시작하고 보는 프로듀서." 그가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이다.
박 대표는 2001년 12월 아직 뮤지컬 붐이 조성되지 않았을 때 뮤지컬 '틱틱붐'을 무대에 올렸다. 별다른 장치 없는 무대에 달랑 여자 한 명, 남자 두 명이 등장하는 작품. 그는 세 극장에 연출 세 명과 배우 세 팀을 같은 시기에 보냈다. 누가 봐도 '뜯어 말릴' 일이었는데 '관객이 원작 하나를 세 가지 색깔로 즐길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그를 흥분시켰다.
사실 '틱틱붐'은 '미친 짓 연대기'의 예고편이라 할 만 하다. '아이다'나 '댄싱 섀도우'에 비하면 어쩌면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다. 2003년 만든 '아이다'는 무대 설치기간만 6주가 걸렸다. 리허설까지 포함하니 본 공연 전 두 달간 무대를 빌려야 했다. 총 제작비는 158억 원. 주변에선 하나같이 박 대표를 만류했다. 하지만 그의 귀엔 안호상(57) 국립극장장의 말만 들렸다. "박 대표가 아니면 우리 관객은 절대로 국내에서 아이다를 볼 수 없어요." 아이다는 그렇게 그의 문을 세차게 두드렸다.
그의 '똥배짱'은 2007년 제작한 뮤지컬 '댄싱 섀도우'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7년 동안 45억 원을 들인 작품이다. 극본, 연출, 음악, 안무, 무대, 의상, 조명 등을 모두 해외 유명 아티스트에게 맡겼다. 결과는 흥행 참패. 박 대표는 "나 자신에 대한 실망감, 이렇게 공을 들인 작품에 호응해주지 않는 관객에 대한 섭섭함, 무대에 대한 회의감 등이 한꺼번에 몰려왔다"고 떠올린다.
쓴 잔을 자주 마셨지만 그의 '미친 짓'은 성공률이 꽤나 높기에 멈출 수 없다. "어렵고 골치 아픈 주제는 빼고, 관객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낯선 형식도 제외하고, 투자액이 크면 포기하고…. 이런 기준으로 만든 작품들은 대학로에 넘쳐난다. 그런데 듣자하니 돈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 작품을 선정하는 기준으로 '돈 될 만한 작품'은 바람직하지 않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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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의 뒤에 '맘마미아!' '시카고' 같은 장기흥행작들이 든든히 버티고 있는 것도 그의 '미친 짓 연대기'가 계속되는 힘 중 하나다. '맘마미아'는 10년 동안 1400회 넘게 공연하며 1000억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누적관객수는 180만 명. 뮤지컬과 거리가 멀던 중년관객층의 마음에도 불을 질렀다. 지난 1월 연극 '렛미인'으로 실험을 감행할 때도 박 대표가 자신감에 차 있는 이유가 여기 있다. "망하면 '맘마미아'하면 되죠 뭐."
"관객은 마치 식당에 가서 '내가 뭘 먹고 싶은지 모르지만 내가 원하는 메뉴를 가져와봐요'라고 말하는 손님과 같다." 그는 앞으로도 예술적 곳간을 잘 채워 '까다롭고 싫증을 잘 내고 좀처럼 만족감을 표현하지 않는 관객'을 위한 무대를 만들어나갈 생각이다.<박명성 지음/북하우스/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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