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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총선은, 그의 신상품 '바꿨다野' 히트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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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윤 '스타 총선후보 집중탐구' - '박근혜 소울'의 180도 반전, 김종인 더민주 선거병법

일러스트 = 오성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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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허해져라, 오만한 인간이여.”

러시아의 국민시인 푸시킨은 명문 귀족가 자제였음에도 민중을 위하며 차르의 전제정치를 비판하는 삶을 살았다. 자신의 시 ‘집시’에선 오만한 인간을 향해 겸허를 촉구하는 적극적 화법을 구사하기도 했던 그는 연적을 상대로 결투를 벌이다 치명상을 입고 숨을 거뒀다. 야인생활을 접고 정계에 화려하게 복귀한 김종인(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당대표, 비례대표 2순위) 의 손에 잘려나간 컷오프 후보들은 그를 ‘차르’라 지칭하며 거세게 반발했으나 독재의 칼날은 매서웠다. 스스로를 비례후보 2순위에 배치하는 이른바 ‘셀프공천’ 논란에 수많은 야권의 푸시킨들이 달려들어 비난을 퍼부었으나 도리어 당이 흔들리는 역풍 치명상을 입고 패배를 선언해야만 했다. 탁월한 성과를 보장하지만 지독한 독선을 감내해야하는 양날의 검, 김종인 대표가 그리는 총선 이후 청사진은 무엇일까? 과거 김종인의 말(저서, 인터뷰 등)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김종인 대표는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 캠프에서 크게 활약했으나 경제정책에 대한 이견으로 끝내 멀어졌다.

김종인 대표는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 캠프에서 크게 활약했으나 경제정책에 대한 이견으로 끝내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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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가면 야권이 절대 생존할 수 없다는 생각에 선대위원장직을 받아들였다.” - 2016. 1. 14 인터뷰

지난 1월 14일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주도로 공동선대위원장에 김종인 위원장이 선임됐다는 소식은 여야를 막론하고 큰 충격을 선사했다. 박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경제 멘토로 활약, 경제공약을 설계한 인사의 야권영입에 국민 역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김 대표의 과거 정치 이력을 살펴보면 그리 놀랄만한 행보는 아니다. 과거 전두환 정권의 전신인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 재무 분과위원으로 참여, 다양한 경제정책을 제안했고 이를 계기로 민주정의당 소속으로 11대, 12대, 민주자유당 소속으로 14대 전국구(지금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정계에 진출한 그는 이후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김대중 정부의 새천년민주당에서 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한차례 정치적 노선을 변경한 바 있다. 이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조언자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으나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문제로 멀어졌고, 2012년엔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 캠프에 합류했다가 이후 정책적 갈등을 빚으며 결별했다. 그리고 이번 20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대표의 삼고초려에 더불어민주당에 전격 합류했다. 참으로 지난(至難)한 정치 노정으로 보이지만, 그 기저엔 각 정당에서 그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강력한 무기가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1987년 9차 헌법 개정에서 김종인 대표는 국회 산하 헌법개정특별위원회 경제분과위원장으로 참여, 헌법 119조 2항에 '경제민주화' 항목을 완성시켰다. 사진 = 9차 개헌 특별 담화를 발표하는 전두환 전대통령, 대통령기록관 제공

1987년 9차 헌법 개정에서 김종인 대표는 국회 산하 헌법개정특별위원회 경제분과위원장으로 참여, 헌법 119조 2항에 '경제민주화' 항목을 완성시켰다. 사진 = 9차 개헌 특별 담화를 발표하는 전두환 전대통령, 대통령기록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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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 없이 한국 경제는 지속 가능하기 어렵다.” - ‘지금 왜 경제민주화인가’, 동화출판사, 2012

1987년 헌법 개정안 마련 당시 김종인 대표는 전두환 전 대통령을 직접 설득해 경제력 집중 방지를 위한 조항, 즉 경제민주화 조항의 최종 조문화 작업을 완성했다.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헌법 제119조 2항은 미국식으로 표현하면 ‘김종인 조항’이라 할 수 있는데, 여기에 녹아있는 재벌견제, 소득재분배와 같은 주제는 이후 경제학자로서 김종인이 견지한 오랜 신념이 된다. 보수정권에서 주로 활동한 관료임에도 중도나 진보진영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현재 더불어민주당에 대표로 영입된 배경에는 이처럼 좌우 구애받지 않는 학자적 신념이 자리 잡고 있었다.
사진 = 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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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국을 해결할 수만 있다면 극한처방이라도 써야 한다.” - 1991. 10. 22 인터뷰

김 대표는 스스로를 의사라 칭하고, 더불어민주당을 응급환자로 규정했다. 폐부를 도려내는 그의 칼날은 거침없었다. 20대 총선 공천을 놓고 5선 문희상(이후 구제), 4선 신계륜, 3선 유인태 의원 등 쟁쟁한 당내 인사들을 시작으로 당시 테러방지법 반대 필리버스터로 주가를 높인 정청래 의원, 3선 전병헌 의원 역시 단칼에 잘라내 당 안팎의 비난을 샀으나 김 대표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뒤이어 친노(친노무현)진영의 좌장 6선 이해찬 의원을 공천 배제하면서 사유로 ‘정무적 판단’을 들자 사실상 개인 의사를 반영한 것이며 여기에는 28년 전 13대 총선 당시 관악을에서 이해찬 후보에게 5,000여 표 차로 석패한 것에 대한 보복성 인사가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또한, 당 대표에게 부여된 비례대표 3인 공천권 중 2번에 자신을 추천, 셀프공천 논란에 휩싸이자 즉각 당무를 정지하고 “(비례대표 2번 공천에) 내가 큰 욕심이 있어서 한 것처럼 인격적으로 사람을 모독하면 나는 죽어도 못 참는다”며 탈당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당 지도부를 ‘멘붕’에 빠트렸다. 그는 비례대표 끝자리를 스스로 받고 총선에 최선을 다하는 배수의 진을 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당내 여론에 “내가 응급치료하는 의사 같은 사람인데, 환자가 병 낫겠다는 의지가 없으면 더 이상 할 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과거 전두환, 노태우 정권에서 서슬 퍼런 통치자에 맞서 정책을 관철시킨 전력, 박 대통령의 대선캠프 활동 당시엔 전권을 요구하며 자신의 뜻을 끝까지 밀어붙였다는 평은 그가 소신 있는 정치인이라는 증명임과 동시에 독불장군임을 암시하는 일화로 이번 공천논란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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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 와 보니 사죄해야겠다는 마음이 저절로 생겨난다” - 2016. 1. 31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

전두환 정권의 국보위를 통해 정계에 발 디딘 그의 이력은 비대위 위원장으로 영입되는 그 날부터 그의 발목을 잡고 흔들었다. 지난 1월 광주를 방문한 김 대표가 5·18 묘지를 찾자 유족회와 관계자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져 바깥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겨우 참배를 한 김 위원장은 한 묘지 앞에 무릎 꿇고 절을 올리며 유족에게 거듭 사과했다. 독불장군으로 알려진 그의 사과에 동행한 당직자와 기자들은 놀란 반응을 보였는데, 김종인 대표의 진정성 있는 사과는 얼어붙은 지역 민심을 조금은 돌려놓는 계기로도 작용했다. 과거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 당시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됐을 때도 그는 “일부 언론에 내가 수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보도됐는데 맹세컨대 그런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시인한 바 있다. 자신의 과오에 대한 변명 없는 사과와 시인은 독선적 성격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사례라 볼 수 있다.

사진 =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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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결과를 못 읽으면 권력 잃는다.” - ‘지금 왜 경제민주화인가’, 동화출판사, 2012

김종인 대표는 이번 총선을 가리켜 ‘경제선거’로 명명했다. 그는 20대 총선을 통해 지난 3년, 박근혜 정부의 경제실패와 새누리당 정권의 잃어버린 8년을 심판하고 보통사람의 경제 주권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대통령의 경제인식에 대해서는 “경제위기론과 낙관론을 왔다 갔다 하는 대통령의 오락가락 경제 인식에 국민은 불안하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배신의 정치 논란으로 여권의 공천에 직간접적 개입을 보였던 박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서는 역으로 ‘배신의 경제’라고 지적한 뒤 이를 선거로 심판할 것을 강조했다. 선거 승리를 목표로 영입된 만큼 노련한 정무감각과 경제전문가의 식견을 보태 현 정권을 강력하게 규탄하는 프레임을 만들고 이를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그의 전략은 적어도 연이은 탈당과 내홍으로 의견을 한데 모으지 못했던 기존 야권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반등시키는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김종인 대표의 연륜에서 오는 탁월한 전략과 고집으로 인한 불통의 이미지가 총선을 통해 어떻게 평가받고 극복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종인 대표의 연륜에서 오는 탁월한 전략과 고집으로 인한 불통의 이미지가 총선을 통해 어떻게 평가받고 극복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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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께서 생전에 '너는 정치에 뜻을 갖지 말고 학문의 길을 가라'고 누누이 가르치셨는데 이를 따르지 않아 가문의 명예를 더럽혔다.”

앞서 언급한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 당시 김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자신의 정치입문을 후회하는 듯한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대한민국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독립운동가 가인 김병로의 손자로 일찍 부친을 여의고 조부 슬하에서 자란 김종인 대표는 1963년 윤보선, 허정과 함께한 통합야당을 창당, 대표로 나선 조부의 비서로 스물셋에 처음 정치를 경험했다. 독일 뮌스터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마치고 서강대학교에 교수로 임용됐을 때 그의 나이 서른넷이었다. 이처럼 청년 시절 정치와 학문을 두루 섭렵한 김종인 대표의 이후 행보를 쫓다 보면 자신이 관철시켜야 할, 혹은 달성해야 할 목표와 정책은 뚜렷하지만, 정치인으로서의 야망과 책임의식은 다소 희미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비례대표로 4선을 지냈지만 그사이 법안 발의는 한 건도 없는 점은 그가 정책을 기획, 수립하고 이끄는 전략적 행정가로서는 독보적이나 타자를 설득하고, 소통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키는 데엔 더없이 취약함을 명징하게 보여주고 있다.

윈스턴 처칠이 전쟁 속에서 성공적으로 영국을 이끌었던, 에이브러햄 링컨이 끝까지 노예해방을 주장하며 국민에게 호소했던, 마틴 루서 킹이 불합리를 넘어선 감동을 모두에게 전했던 그 힘은 바로 언어를 통한 설득과 소통에서 나왔다. 전에 없던 막강한 당권을 손에 쥐고 일사불란하게 20대 총선현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종인 대표의 탁월하지만, 불통으로 대변되는 리더십의 성적표는 어떻게 나올까? 사실상 비례 5선이 확실시 되고 있는 그의 향후 행보가 노욕은 아닌지 비난과 우려가 함께 하는 가운데 그가 평소 좌우명처럼 되뇐다는 조부 김병로 선생의 잠언을 곱씹어본다.

“세상에 권력과 금력, 인연 등이 우리들을 둘러싸고 유혹하며 정궤에서 일탈하도록 얼마나 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는가? 만약 내 마음이 약하고 힘이 모자라서 이런 유혹들에 넘어가게 된다면 인생으로서 파멸을 의미할 뿐이다.”




김희윤 작가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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