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김범석 동일인' 지정 논란 확산…쿠팡 "차별적 조치"
입장문 통해 4가지 예외조건 내세워
100% 소유 지배구조…"사익편취 우려없어"
미국에 본사 둔 상장기업 이중규제
타 외국 기업과의 차별적 조치
"김 의장 동생, 국내 지분無…등기임원도 아냐"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르면 다음 주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시민사회단체 등을 중심으로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을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발표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쿠팡 측은 정부가 시행령으로 발표한 동일인 지정 판단 기준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며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시민사회단체의 주장에 맞서고 있다.
23일 관계부처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매년 5월1일 전까지 진행해온 공시대상기업집단과 동일인 지정 결과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올해부터 근로자의 날인 5월1일이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이보다 앞선 이달 말께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점쳐진다.
김 의장의 동일인 지정 여부는 올해 최대 관심사다. 동일인은 대기업집단의 실질적 지배자를 특정하는 성격을 띠는데, 김 의장은 미국 국적이라는 점과 친족이 쿠팡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2021년부터 동일인 지정에서 제외됐다. 현재 쿠팡의 동일인은 쿠팡 법인이다.
"실질적 지배자, 동일인 지정해야"
공정위는 2023년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과 '동일인 판단 기준 및 확인 절차에 관한 지침'을 제정한 뒤 2024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자연인 대신 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려면 ▲자연인과 법인 가운데 누구를 동일인으로 보더라도 기업집단 범위가 같아야 하고 ▲해당 자연인이 최상단 회사를 제외한 국내 계열사에 직접 출자하지 않아야 하며 ▲친족이 국내 계열사에 출자하거나 임원으로 재직하는 등 경영에 참여하지 않아야 하고 ▲자연인 및 친족과 국내 계열사 간 자금대차나 채무보증이 없어야 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재벌개혁위원회는 이날 오전 성명을 내고 공정위가 과거 김 의장에 대해 '쿠팡Inc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며 쿠팡 한국법인 사내이사로서 쿠팡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동일인'이라고 밝혔다는 점을 근거로 "이번에는 그를 반드시 동일인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 측은 "김 의장이 쿠팡의 창업자이자 의사결정의 최종 책임자로서, 경영 전략·투자·지배구조 전반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공정위는 그동안 (김 의장의) 해외 법인을 통한 지배, 국적 문제 등을 이유로 동일인 지정을 미뤄왔지만 더 이상 형식논리에 기대 판단을 유보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 지배력과 경제적 영향력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의장의 동생인 김유석 부사장이 쿠팡Inc 미등기 임원이자 국내 사업에 관여하고 있다는 의혹도 김 의장의 동일인 지정을 촉구하게 만든 사안이다. 앞서 지난해 연말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국회 청문회에서는 김 부사장이 2024년 연봉과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의 가치를 합한 30억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이에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과거에는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해서 예외 조건을 만족한다고 봤는데, 이번에 다시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 "정부 예외조건 모두 충족, 차별적 조치"
쿠팡 측은 곧바로 경실련 성명에 반박하는 입장문을 내고 "정부가 동일인을 판단하는 4가지 예외 조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며 "경실련의 동일인 지정 촉구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쿠팡 지배구조는 한국 법인이 자회사 및 손자회사를 100% 소유한 형태로, 김 의장을 비롯한 친족 가운데 단 1명도 한국 계열회사 지분을 보유하거나 소유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거론했다. 이는 총수 일가와 친족이 계열사에 출자하거나, 적은 지분으로 기업을 우회적으로 소유한 국내 대기업 집단과 다르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김 의장에 대한 동일인 지정은 미국에 본사를 둔 상장기업에 대한 이중규제라고 맞섰다. 미국 증시 상장사인 쿠팡Inc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요구하는 각종 공시 의무를 이행하고 있어, 쿠팡Inc에 대한 동일인 지정은 미국과 한국 정부로부터 이중 공시 의무 등 규제를 받는다는 것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S-K 규정(404항)은 미국 상장기업으로 하여금 특수관계자가 중대한 재정적 이해관계를 가진 12만 달러 이상의 모든 거래를 공개하도록 요구해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 특수관계자는 이사, 임원, 이사후보 또는 회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 5% 이상을 소유한 사람이 포함된다. 또 경영진과 대주주의 직계 가족을 비롯한 부모·장인·장모·처남·처제 등도 포함된다. 쿠팡 측은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면 쿠팡Inc 이사회 소속인 주요 미국 기업 최고경영자(CEO) 신분의 이사들도 '동일인 관련자'가 된다"며 "이들이 지분을 보유하거나 지배력을 행사하는 회사도 쿠팡의 계열회사에 해당하는 상식 밖의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쿠팡은 또 동일인을 개인이 아닌 법인으로 지정한 에쓰오일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쿠팡에 대한 동일인 지정이 다른 외국계 기업과의 형평성에 어긋나는 차별적 조치라는 점도 부각했다. 이는 제3국에 비해 미국을 불리하게 취급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최혜국 대우 의무(11.4조)나 투자자들의 투자 안정성을 저해하는 투자자 보호 의무(11.5조)를 위반할 가능성이 존재하고, 외국계 기업에 대한 형평성 논란과 함께 기업들로 하여금 중장기적인 외국 자본 유치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밖에 경영 참여 의혹이 제기된 김 의장 동생이 쿠팡 국내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공정거래법상 임원(대표이사·이사·감사·지배인 등)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쿠팡 측은 "(김 의장의 동생은) 쿠팡Inc 소속으로 파견돼 글로벌 물류 효율 개선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며 "다른 유사한 직급의 구성원과 동일하게 쿠팡Inc 상장 주식을 일부 보유하고 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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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측은 "동일인 지정 제도는 한국 대기업집단의 오너와 친족이 소수의 지분 출자를 통한 기형적인 기업 소유와 통제, 사익편취 우려 등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미국 정부의 규제를 받는 쿠팡Inc의 지배구조는 이런 우려와 무관하다"면서 "미국에 상장한 외국 기업 CEO에게 이 제도를 사상 최초로 적용할 경우 실효성 없이 부작용만 양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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